강지원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대표
인생을 1막과 2막으로 나눈다면 그 분기점은 언제가 될까.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돈벌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자녀들을 모두 교육시켜 독립시킨 때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사람은 부모 품을 떠나 돈벌이를 시작하면서 결혼도 하고 그 수입으로 먹고 살고 자식도 낳아 키운다. 그런데 자식들이 다 커서 독립하고 나면 대체로 부부 둘만 남게 된다. 가계비용이 엄청 준다. 교육비 같은 큰돈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대신 병원비 등 긴급비용이 다소 증가한다. 그러니 돈벌이의 필요성은 그 전보다 훨씬 줄어든다. 그러니 이때를 분기점으로 보자는 것이다.
이때의 연령은 대개 55세 내지 60세쯤 된다. 그러니 그 전까지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자식교육 등을 위해 돈벌이를 계속해야 한다.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국가에서도 이들까지는 지원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 이후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돈벌이의 필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고령자일수록 일거리는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돈벌이에 나설 것인가. 사람들은 대체로 돈벌이는 계속할 수만 있다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은퇴기에는 그렇게 큰돈이 들지 않는다. 욕심을 내자면 한이 없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사람이 먹고살 만큼만 있으면 된다. 이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집도 없고 수입도 없는 이들은 자식들이나 국가에서 떠맡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다 쓰고도 조금이라도 남을 재산이 있다면 문제가 다르다. 은퇴자가 은퇴 후에도 계속 다른 돈벌이를 찾아 돈을 번다면 그 돈은 결국 어디로 갈까. 두 내외의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과 일평생 모은 집 한 채나 전세금 등의 재산은 결국 자식들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이 더 이상의 돈벌이를 계속하는 것은 결국 자식들에게 더 남기기 위해 돈벌이를 하는 것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카네기는 자식들에게 돈을 남기는 것은 그 재능과 에너지를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55세밖에 되지 않은 빌 게이츠도 “나의 큰돈은 자식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문제를 연구해 온 나에게 말하라 한다면, 자식들은 자신이 자립해서 성공해야 진정한 성공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왕에 가진 것을 자식에게 상속해 주는 것은 자식사랑이라고 치자.
그러나 자식들을 독립시킨 후에까지 그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남겨주기 위해 돈벌이를 계속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아가 그것은 다른 젊은이들의 돈벌이 기회를 빼앗는 결과까지 된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은 어떤 일거리를 찾아야 할까. 자신의 적성을 찾아 봉사하는 일거리를 찾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것이 자녀에게는 자생력을 길러주고, 자신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고, 사회에는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간이라도 가진 자들의 은퇴봉사가 우리 시대의 새 트렌드가 되었으면 한다.
2011-06-23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