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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鐘樓에서] 리더십 부재와 불임의 한국정치

[이태동 鐘樓에서] 리더십 부재와 불임의 한국정치

입력 2015-05-17 23:38
업데이트 2015-05-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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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
이태동 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서 비롯되는 희비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 후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여야 합의 카르텔” 그리고 뒤이어 일어난 “눈물의 65분”을 포함한 일련의 정치 싸움에서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보여 준 지리멸렬한 모습은 그들의 자질을 심각하게 의심케 할 만큼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자체였다.

지금 나라 안팎이 이렇게 어려운데 국회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혼란 속에서 정치 싸움만 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국회가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에 위배되는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서 박근혜 정부를 3년이 가깝도록 불임(不姙) 정부로 만드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파적인 이익을 위한 것인가. 우리는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정치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일은 물론 혼란과 분쟁을 조정하는 정치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무런 조화와 화합을 이룩하지 못하고 질시반목(嫉視反目)으로 사분오열해서 상호 간에 정치적인 이익만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치가 이렇게 국민들의 눈에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자질 부족과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란 소리가 높다. 집권 여당의 대표인 김무성 의원은 자기가 속해 있는 당과 보수 진영 내에서조차 정치의 기본인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당 안팎으로 불협화음을 노정시켜 많은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는가 하면 4·29 재·보선의 승리에 “도취한” 결과 때문인지 국정개혁 과제 제1순위인 공무원연금법 개정 문제를 두고도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과거 그의 정치적 이력만큼이나 불투명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개악(改惡)으로 만든 것은 “무책임의 카르텔,” 즉 양당 대표가 공히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결코 쉽게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당파적인 이기주의로 인한 “정치적 실책이 기백만(幾百萬)의 국민을 불행과 참극에 빠뜨려 괴롭히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5월의 혼돈 국회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을 누더기 개악 법안으로 만든 것, 이것만이 아니다. 그것 못지않게 우리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이 실패한 개혁법안의 결과를 두고 구차한 변명을 하며 논란을 벌였던 사실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는 문제와 연계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 반면 김무성 대표는 뒤에 말을 바꿨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누추한 모습을 보였다. 만일 당청(黨靑) 간에 소통 부족으로 간극이 생겼다면, 대통령은 물론 여당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 여당 대표와 정부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대 사안에 뜻을 같이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역시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두고 “무책임의 카르텔”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처럼 “리더십 부재”를 어김없이 드러냈다.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정권심판”과 같은 낡은 선거 전략과 패권주의적 공천 문제로 인한 당내 갈등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박근혜 정부의 탓으로 돌리며 국가의 재정문제 해결에 빗장을 지르는 듯, 또다시 노년층의 표만을 의식해서 포퓰리즘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언행만 되풀이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천민자본주의는 물론 미성숙한 민주주의와 싸워야 하는 엄중한 시점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그 어느 시대보다 건강하고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쟁의 늪에 빠져 뒷걸음치는 지금의 한국 정치는 올바른 참된 정치가 아니다.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란 국가에 봉사하는 강력한 지성과 철저한 헌신에서 나오는 고귀하고 명확하고 일관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단호하고 치열한 전진을 가리킨다”고 했다.
2015-05-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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