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1915년에 코펜하겐으로 이사 온 쇠렌슨 가족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박물관에 기증돼 여덟 아이와 생활했던 모습을 마치 당시의 아파트에 초대받은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의 대체적인 모습은 잘 만들어진 생활사박물관의 전시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전시이지만 이 박물관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노동자박물관’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지금보다 어려웠던 시절에 관한 향수를 넘어서 지금 살고 있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 왔다는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평범해 보이는 박물관 건물은 노동자들이 모은 돈으로 1879년 세운 덴마크 최초의 노동자 회관이라고 한다. 1982년에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노동운동의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박물관 4층의 산업 노동 전시실에서는 ‘8시간 노동, 8시간 자유, 8시간 휴식’이라는 슬로건이 쓰인 1890년의 붉은 깃발이 노동운동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방문했을 당시 이 깃발 전시물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한 그룹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이민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에서 덴마크 사회를 이해하는 수업의 일환으로 방문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노동자박물관이 힘을 쏟고 있는 프로젝트는 난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 교육이다. 덴마크국립박물관 그리고 시리아문화센터 등과 함께 덴마크에 온 난민들이 ‘적극적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들리지 않는 젊은이’ 특별전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노예제도를 멈춰라!’ 특별전에서는 덴마크의 어두운 역사 중 하나인 노예무역에 관해 다루면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도에 관해 우리의 작은 노력이 이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노동자박물관은 인기도 높고 평가도 좋다. 박물관이 들려주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람객이 공감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를 통해 현재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박물관의 노력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 된다는 점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7-07-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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