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부유출 범죄 막는다고 기업 과잉 감시는 안돼

[사설] 국부유출 범죄 막는다고 기업 과잉 감시는 안돼

입력 2010-02-25 00:00
수정 2010-02-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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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막겠다며 청사진을 내놨다. 연초에 김준규 검찰총장이 국부 유출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실천 방안이다. 집중 관리 대상을 60개 기업으로 하고, 8개 분야 49개 핵심 기술을 최우선 단속 대상으로 삼겠다고 한다. 해외 기술 유출은 국부가 빠져나가는 대표적인 범죄로 피해는 막대하다. 국가 기관이 응당 척결에 나서야 할 일이다. 기술 유출과 이전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마저 든다.

기술 유출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최근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2위인 하이닉스를 상대로 기술이 유출됐다며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몇년 새 현대 기아차는 물론, LG전자, 포스코, GM대우, 두산 등에서 기술 유출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 가운데 기술 유출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별로 없다. 국정원이 8년간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은 201건에 이른다.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면 300조원의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는 추산이다. 검찰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11개 대기업의 산업보안 담당자들과 정례모임을 갖기로 한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 이 모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련범죄 예방과 대응의 묘수를 찾아가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이 기술 유출과의 전쟁에 성공하려면 기업과의 관계를 먼저 설정하는 게 순서다. 간섭이 아닌 협력을 토대로 하는 민·관 대응체제가 필수다.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검찰에 그대로 내보이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양측이 삐걱거리게 되면 난관에 빠질 게 뻔하다. 유출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검찰은 전문 역량을 갖춘 수사팀을 투입하지만 첨단 유출꾼들에 맞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나 더 짚자면 국정원과 공조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두 기관이 밥그릇싸움을 벌이면 진짜로 안 된다.
2010-02-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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