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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 99% 장악하고서도 가격 담합이라니…

[사설] 시장 99% 장악하고서도 가격 담합이라니…

입력 2012-01-14 00:00
업데이트 2012-01-1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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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짜고 가격을 올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446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면TV는 99%, 세탁기는 86%, 노트북PC는 58%에 이르는 등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신제품이 출고될 때마다 수시로 만나 출고가 인상, 판매장려금 축소 등의 방법으로 최대 20만원까지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가격 인상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두 회사는 2년 전에도 가격 담합을 했다가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전자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카르텔로 불리는 가격 담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가장 중대한 범죄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가격 담합을 가장 엄하게 처벌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강화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처벌 강도가 약해 담합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7년 경질유제품 목표 가격을 담합했다가 적발된 4대 정유사는 소비자 피해 추정액(2400억원)의 4분의1에도 못 미치는 526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적발된 생명보험사들의 이자율 담합도 생보사들의 추정 이익은 17조원이나 과징금은 1%도 안 되는 1180억원에 불과했다. 공정위의 제재가 ‘솜방망이’라는 비아냥을 사는 이유다.

시장경제 질서를 지키려면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이 ‘룰’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자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벌해 반칙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 주어야 한다. 가격 담합 관련자와 기업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함께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존중하기 바란다.

2012-01-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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