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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선변호인은 상징적 장식물이 아니다

[사설] 국선변호인은 상징적 장식물이 아니다

입력 2012-10-15 00:00
업데이트 2012-10-1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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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의 부실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7~2011년 최근 5년간 국선변호인 선임 1심 형사사건의 무죄율은 2007년 1.5%, 2009년 2.2%, 2011년 2.9% 등 평균 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상반기 전국 법원(1심)의 형사사건 무죄율 21.6%와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으로, 국선변호인으론 재판에서 승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회적 약자들이 재판에서 구제를 받지 못하면 국선변호인제는 있으나마나다. 국선변호인이 실질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국선변호인은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 가운데 형편이 어려워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 법원이 변호인을 선임하는 제도로 한 해 10여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선변호인들이 형식적으로 변론에 나서는 바람에 서민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지극히 낮다. 국선변호인의 부실 운영은 구조적인 문제다. 국선변호인들에게 부여된 사건이 많아 업무가 과중한 데다 사건당 수임료는 고작 30여만원에 불과하다. 처우가 낮으니 국선변호인들은 성의있게 사건에 매달리지 않고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강요해 사건을 서둘러 종결시키려 한다. 또 피고인을 접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법정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10초 변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니 피고인들 사이에선 ‘빚을 내서라도 변호사를 사야 한다.’ ‘국선변호인에게 맡기면 신세 망친다.’는 자조적인 말이 흘러나온다. 국선변호인이 재판에서 거의 ‘백전백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유명무실한 국선변호인제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다. 국선변호인 제도의 허점을 정비해 사회적 약자들이 법률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선변호인의 불성실한 변론이나 법정 불출석은 벌금, 과태료 등으로 엄히 다스리고 필요하면 액수를 상향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피고인들이 과다한 수임료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비용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2012-10-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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