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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권자 안목 시험하는 네거티브 선거전

[사설] 유권자 안목 시험하는 네거티브 선거전

입력 2012-12-01 00:00
업데이트 2012-12-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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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전이 점입가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출마한 것도 아닐진대 유세 현장에선 두 후보보다 이들이 더 많이 거명되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참여정부 실세였던 점을 겨냥해 ‘노무현 실정론’에다 그를 가둬 두려 하고 있고, 문 후보는 ‘이명박근혜’라는 기괴한 조어까지 들이대며 현 정부 실정에 대한 공동책임론으로 박 후보를 때린다. 명색이 국정 5년을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들이건만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호소할 것이 그렇게도 없는지 혀를 차게 만든다.

오늘로 18대 대선은 불과 18일 남았다. 그런데도 두 후보 진영에선 여태껏 정책공약집조차 내지 않았다. 5년 전만 해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1월 26일에, 정동영 민주당 후보는 12월 2일에 내놓았다. 장밋빛 복지공약을 쏟아내다 보니 이를 실현할 재원대책에 여전히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문 후보는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의 정책을 옮겨 싣는 상황인 탓에 언제 마무리될지도 모를 형편이다.

이들의 진흙탕 싸움은 유권자들의 시선마저도 심각하게 흐려놓고 있다. 지난 28,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사이트인 ‘소셜매트릭스’에 언급된 대선 관련 키워드를 보면 TV선거광고 이후 논란이 된 문 후보의 ‘의자’와 ‘안경’이 각각 4만 996건, 9621건인 반면 문 후보가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는 1264건에 그쳤다고 한다. 맞불 성격으로 공격을 받은 박 후보의 ‘가방’과 ‘옷’ 등 의상 관련 단어도 모두 4498건으로, 그의 경제민주화 공약 2114건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것은 선거의 정상적 과정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노무현 사람이니 안 되고, 박근혜는 이명박과 한편이니 안 된다는 거두절미식 물어뜯기와 억지스러운 폭로로 선거를 채우는 것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일일 뿐이다. 엇비슷한 정책공약이라지만 그래도 쟁점은 수두룩하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공정시장인지 재벌개혁인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는 어찌할 것인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두 후보는 유권자들의 안목을 무시하는, 질 낮은 네거티브 선거전을 당장 접어야 한다.

2012-12-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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