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폭행 현장서 미적댄 경찰 한심하다

[사설] 성폭행 현장서 미적댄 경찰 한심하다

입력 2013-05-07 00:00
업데이트 2013-05-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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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수원 지동에서 또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여전히 강력사건에 무력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출장 스포츠마사지사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범인을 구속했다. 하지만 시민의 지팡이란 말이 민망할 정도로 한심한 경찰의 초동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출장 나간 마사지사가 연락이 두절됐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미 긴급을 요하는 비상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1시간 가까이 집앞에서 시간을 허송하다 범인을 뒤늦게 검거했다. 창문 틈으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펴봤지만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걸 해명이라고 하는가.

강력사건일수록 현장에서의 기민한 초동대응이 중요하다. 이번 케이스를 보면 경찰이 과연 강력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현장감각이라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질극 등 돌발적인 상황을 우려해 강제 진입하지 않았다는 말도 상황논리상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성폭행범을 눈앞에 두고도 적극적으로 검거에 나서지 않은 것은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경찰청은 지난해 오원춘 사건 이후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있는 위급상황일 때는 집주인이 거부하더라도 경찰이 강제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침까지 만들었다. 성폭행보다 더 치명적이고 위급한 상황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무릇 인간에게 성(性)은 생(生) 못잖게 소중한 것이다. 스스로 만든 지침에 대한 해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니 경찰의 ‘직무지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성폭행은 최악의 반인륜 범죄라는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성폭행범이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성폭행 우범자의 경우 인권 보호 차원에서 형사와 파출소 직원이 1대1로 담당하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니 전자발찌무용론이 나올 만도 하다. 어차피 도입한 전자발찌라면 범죄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좀 더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찰은 명운을 걸고 성폭행 범죄 근절에 나서라.

2013-05-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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