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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 모녀 벼랑 끝으로 내몬 우리의 불편한 진실

[사설] 세 모녀 벼랑 끝으로 내몬 우리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4-03-01 00:00
업데이트 2014-03-0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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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지난 26일 저녁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반지하 집에 세들어 살던 세 모녀가 힘든 삶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 박씨가 한 달 전 다쳐 일을 그만두면서 수입이 끊겼다고 한다. 이들은 삶을 내려놓는 순간에도 방세와 공과금 등 70만원이 담긴 봉투를 남겨 놓고 떠나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국가와 이웃으로부터 어떤 도움의 손길도 전혀 받지 못한 채 살아온 이들이 되레 주인에게 ‘죄송하다’고 ‘착한 유서’를 남긴 것을 보면서 1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복지 예산이 과연 필요한 서민들에게 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세 모녀의 비극은 사회안전망의 한계와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의 대상임에도 이들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큰딸은 당뇨 등으로 고생했지만 이들 가족은 장애인, 한 부모 가정 등 전형적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송파구청 측은 “동주민센터에서 기초수급자를 발굴하는데 박씨 모녀는 직접 신청을 하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어려운 형편의 이들을 방치해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도 모른 채 여전히 빈곤의 나락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을 찾아내 그들을 따뜻한 복지의 제도 속으로 품어 안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최소한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지금 복지예산은 100조원에 이른다. 복지를 통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양적인 복지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보았듯이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복지 정책의 최종 집행자인 지자체는 사회안전망과 복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재점검하길 촉구한다. 다른 한편으로 세 모녀의 죽음이 안타까우면서도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과연 삶의 끈을 놓아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2014-03-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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