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축소 뜻 새겨야

[사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축소 뜻 새겨야

입력 2018-03-20 22:28
수정 2018-03-2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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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로 늦춰졌던 한·미 군사훈련이 4월 1일 시작된다. 국방부는 어제 한·미 국방장관이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재개에 동의했다면서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훈련 일정은 유엔사령부의 판문점 채널과 더불어 지난 1월 재개통된 서해지구 군 통신선 양쪽을 통해 북한군에 통보됐다. 국방부가 훈련 규모를 ‘예년 수준’이라고 했으나 2개월짜리 독수리훈련을 1개월 이내에 끝내고 해마다 훈련 기간 중 한반도에 전개됐던 핵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B1 등의 전략자산이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훈련 기간과 규모는 축소되는 셈이다.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는 4월 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5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배려한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의 첫걸음이 될 두 정상회담을 앞두고 훈련 축소 결정을 내린 한·미 군 당국의 결정은 적절하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런 훈련의 축소가 북한이 의도하는 한·미 동맹의 연합훈련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라는 대장정을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차근차근 밟아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측 특사를 통해 미국에 전달한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에 대한 한·미의 성의 표시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핵화의 첫발도 떼지 않았는데 대북 제재나 압박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일 안보 수장이 지난 17, 18일 미국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를 협의하면서 확인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그렇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치를 북한이 보이지 않는다면 한·미·일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이다.

올해 훈련이 기간을 줄이고 규모도 축소하며, 언론 공개도 최소화하는 ‘로키’(low-key)로 실시되지만 독수리훈련과 연계된 한·미 해군·해병대의 상륙작전 훈련인 쌍룡훈련은 8일간 실시된다. 격년으로 해온 이 훈련에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한 강습상륙용 와스프함이 투입될 예정이다. 인원도 미군 1만 2000명 전후, 우리 군 30여만명이 참가하는 만큼 결코 질적으로 예년과 다르지 않다. 한·미 훈련의 양적 축소를 북한이 오판해서는 안 되며,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어떤 도발에도 즉응할 수 있는 태세와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평양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18-03-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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