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음식점 허가총량제···아니면 말고” 무책임하다

[사설] 이재명 “음식점 허가총량제···아니면 말고” 무책임하다

입력 2021-10-28 20:12
수정 2021-10-2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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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수 제한’은 반헌법적 발상
대선 표 의식한 食言 자제해야

대선 후보 선출 이후 그제 처음 민생행보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느닷없이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꺼내 들었다. 서울 관악구의 전통시장을 찾아 지역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대통령이 되면)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자영업자 수도 많다 보니 허가제라는 인위적 제동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음식점 등의 숫자를 묶겠다는 발언이다. 코로나 불황 속에 자고 나면 앞가게 옆가게가 문을 닫는 터에 나도 언제 문을 닫아야 하는지 속을 태우고 있는 지역 상인들의 귀에 쏙 박힐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 후보가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외국에 비해 크게 높고, 우리 경제의 그늘인 게 사실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4.6%로, 38개국 중 6위를 차지했다. 자영업자가 많으니 이들의 수익구조 또한 열악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한파 속에 지난 9월까지 1년 사이 가게를 접은 자영업자만 24만 7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장사를 접고는 삶까지 내려놓는 가게 주인들 얘기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영업자 수가 많고, 적지 않은 음식점 주인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식당 수를 정하고 이를 넘는 개업은 제한하는 식의 규제는 자유시장경제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의 비판처럼 전체주의적 행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영업의 과다는 산업 구조의 다변화와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해 나갈 일이지 식당 수를 제한하는 식의 우격다짐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어제 “국가 정책으로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자기의 말을 주워담았다. 속 타는 상인들 모아 놓고 슬그머니 이들이 솔깃할 얘기를 꺼내 놓고는 뒤돌아서서 “아니면 말고”라며 말을 뒤집은 격이다.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여당 대선 후보로서 매우 무책임한 자세다. 그제 발언과 어제 번복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지나가는 말로 시름에 잠긴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기대감을 안기겠다는 식의 계산은 결코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가 할 일이 아니다. 엊그제 이 후보의 면전에서 정책 선거를 당부한 문재인 대통령만 민망해질 일이다.

2021-10-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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