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비트코인에 넘어간 현역대위,군기강 해이 이 정도인가

[사설]北비트코인에 넘어간 현역대위,군기강 해이 이 정도인가

입력 2022-04-29 16:09
수정 2022-04-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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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대위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간첩행위를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직위자 격려 오찬간담회에서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 대위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간첩행위를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직위자 격려 오찬간담회에서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공작원에게 비트코인 4800만원 어치를 받은 현역 장교가 군 전장망(戰場網) 해킹을 시도하다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전장망은 군이 훈련을 할 때 정보를 주고 받는 통합전시관리시스템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해커로 알려진 북한 공작원은 현역 대위 A씨와 가상화폐투자 회사 대표를 각각 포섭해 전장망인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해킹하려고 했다. KJCCS는 전쟁이나 군사훈련 때 육·해·공군 및 주한미군과 비밀문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일종의 통신시스템이다.

 육군 A대위는 대학 동기 소개로 북한 공작원과 알게 됐는데, 당시 가상화폐 투자로 크게 금전 손실을 봐 빚에 쪼들리던 상태에서 포섭됐다고 한다. A대위는 지난해 11월 이 공작원의 지시에 따라 ‘국방망 육군 홈페이지 화면’과 ‘육군보안수칙’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텔레그램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7억원 어치의 가상화폐를 북한 공작원에게 받은 가상화폐투자사 대표는 A대위에게 택배로 USB형태의 해킹장치를 보냈다고 한다. 다행히 이 장치가 A대위에게 전달되기 전에 수사당국에 적발됐으나, 만일 검거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군 전장망이 통째로 뚫리며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될뻔 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현역 군인이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간첩활동을 벌이다 붙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공작원과 대면접촉 없이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포섭돼 활동한 것도 이례적이다. 개인의 일탈이라곤 하지만 대한민국 현역 장교가 북한의 간첩 노릇까지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군 기강이 크게 해이해졌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인사문제를 논의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공군 여중사 사건 등 군대내 성폭력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임기말 정권이지만 군기강 해이를 더 이상 이대로 좌시해서는 안된다. 수사당국은 A대위 말고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전방위 조사에 나서는 한편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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