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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고양이 작가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시기의 변화무쌍한 눈빛이 좋아서 여러 번 촬영을 시도했지만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은 적이 없다. 이때의 아깽이는 눈빛보다 더 변화무쌍이어서 잠시도 가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아깽이가 정지해 있는 시간은 잠자고 있을 때뿐이다. 더욱이 이런 우주스러운 눈빛은 묘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갈 뿐, 지속되지 않는다. 아깽이는 태어나 4개월 정도가 되면 저마다 고유의 눈 색깔(초록색, 호박색, 파란색, 갈색 등)로 자리를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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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무슨 소리가 들렸는지 집 앞에 앉아 있던 고양이들 중 여남은 마리가 귀를 쫑긋 세우고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달려갔다. 고기잡이 갔던 어부가 돌아온 것이다. 노인은 들통 같은 것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잡아 온 물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손질한 물고기 토막을 하나씩 고양이에게 던져 주는 것이었다. 어부가 물고기 토막을 들어 올릴 때마다 고양이들의 시선도 일제히 어부의 손끝을 향했다. 어, 잠깐만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그제야 나는 카메라를 들고 고양이의 시선과 표정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무리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는 눈빛 최강 아깽이도 끼어 있어서 나는 녀석에게 집중했다. 아직 생선맛을 잘 모르는 것 같은 저 순진한 표정. 하지만 눈빛만은 강렬해서 나는 속절없이 녀석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2022-07-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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