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11/01/SSI_20171101180755_O2.jpg)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11/01/SSI_20171101180755.jpg)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가끔 고객 중 직접 만든 마요네즈를 맛보고는 감탄을 연발할 때가 있다. 민망함에 못 이겨 시선 둘 곳을 못 찾기도 하는데, 겸손해서라기보다 정말로 대단찮기 때문이다. 비범한 비법이나 특별한 기술 없이도 5분만 투자하면 누구나 그럴듯한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다. 만약 교육과정에 마요네즈 수업이 있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맛있는 마요네즈가 기본인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기초적인 영역의 마요네즈를 먹고 감탄할 일도 없고, 그걸 만든 사람이 낯부끄러워할 일도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복잡한 테크닉이 필요한 요리가 아니라 몇 가지 재료의 조합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소스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좀더 살 만하지 않을까. 사진은 다양한 소스를 요리에 플레이팅하고 있는 셰프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8/31/SSI_20220831214039_O2.jpg)
![복잡한 테크닉이 필요한 요리가 아니라 몇 가지 재료의 조합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소스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좀더 살 만하지 않을까. 사진은 다양한 소스를 요리에 플레이팅하고 있는 셰프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8/31/SSI_20220831214039.jpg)
복잡한 테크닉이 필요한 요리가 아니라 몇 가지 재료의 조합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소스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좀더 살 만하지 않을까. 사진은 다양한 소스를 요리에 플레이팅하고 있는 셰프들.
중세와 근대 프랑스 요리사들은 상류층의 지원으로 비용과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가장 맛있는 맛의 정수를 뽑아내는 데 주력했다. 현대에 와서는 과정과 비용이 다소 줄었지만 그래도 전통 프렌치 소스를 제대로 만들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소스는 전문 식당에 맡겨 두자. 간단하면서도 맛보면 행복감을 즉시 안겨 주는 소스를 집에서 만들어 볼 수 있다. 바로 페스토와 드레싱 소스다.
페스토는 재료를 기름과 함께 거칠게 갈아 만든 일종의 서양식 양념장이다. 가장 잘 알려진 페스토 소스는 이탈리아 제노바식 바질 페스토다. 바질 잎, 파르미지아노 치즈, 잣과 올리브유를 한데 갈아서 만드는데 빵 위에 올려 잼처럼 발라 먹거나 파스타에 넣어 먹는 등 다용도로 쓰인다.
제노바식 바질 페스토가 탄생한 연유는 단순하다. 재료들이 그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 시칠리아에는 트라파니식 페스토 소스가 있다. 일설에 따르면 트라파니로 교역을 온 제노바 사람들이 고향의 맛이 그리워 현지 재료로 페스토를 만들었는데 잣 대신 아몬드와 흔한 토마토를 넣어 만든 게 트라파니식 페스토라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 가지 새겨들어야 할 건 상황에 따라 재료를 바꿔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질 페스토에는 몇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향을 내는 바질과 마늘, 간과 감칠맛을 담당하는 치즈와 안초비, 질감을 만들어 주는 잣 그리고 이들을 한데 어우르는 올리브유다. 각 요소에 비슷한 성질의 재료를 치환하면 창의적이고 특별한 페스토를 만들 수 있다. 바질은 여름에 풍성하게 자라지만 흔한 재료는 아니니 시금치나 고수를 넣어도 좋다. 감칠맛을 내는 안초비 대신 어간장을 넣어도 누가 잡아가지 않으니 안심하자. 원하는 대로 맛의 조합을 내는 재미가 있다.
![명이를 이용해 만든 그린소스를 곁들인 대구 요리.](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8/31/SSI_20220831214144_O2.jpg)
![명이를 이용해 만든 그린소스를 곁들인 대구 요리.](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8/31/SSI_20220831214144.jpg)
명이를 이용해 만든 그린소스를 곁들인 대구 요리.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선 남자들이 재력이나 완력만큼 요리 실력을 뽐낸다.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건 맛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뜻이다. 맛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음식 수준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 땅의 모두가 어느 수준 이상의 요리를 구현할 수 있다면 굳이 억지로 세계화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음식을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자기만의 비법 소스 같은 것을 하나쯤 만들 줄 안다면 지금보다 좀 더 살 만한 세상이지 않을까.
2022-09-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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