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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애플 對 FBI/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

[글로벌 시대] 애플 對 FBI/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

입력 2016-03-06 18:24
업데이트 2016-03-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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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놓고 애플과 미연방수사국(FBI) 간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FBI가 지난해 12월 미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총기사건과 관련해 용의자의 아이폰을 조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으나 애플은 거부하고 있다. FBI는 용의자가 사용한 스마트폰의 보안장치를 풀어 테러의 배후를 밝혀내야 한다는 안보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국가안보를 위해 FBI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애플과 FBI의 대립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애플은 이번 사태가 테러범에 대한 조사라는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사생활 보호와 언론 자유를 위해서 협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미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면 이 사안이 선례로 작용해 앞으로도 정부가 원할 때마다 협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애플과 FBI의 대립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결국 법원의 판결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는 그러나 미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애플이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법적인 문제에서 지난 20년 이상 사이버 안보를 둘러싼 대립에서 국가가 모두 민간에 졌다. 사이버 위협에 관한 법적 논의는 주로 전자암호를 둘러싸고 진행되어 왔으며 항상 민간 측이 승리했다. 전자암호를 통해 사이버 안보를 달성하고 개인의 사생활과 시민권을 보호하자는 민간 측의 주장과 정부의 통제관리를 통해 이를 실현하자는 주장이 맞서 왔으나, 법제화 과정에서는 정부의 논리보다는 시민권 확보 논리가 항상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사태와 가장 가까운 예를 들면 1991년 ‘포괄적 반테러리즘 법’의 도입 당시 해당 법은 정부가 용인하면 정보기관들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제공자들로부터 암호 해독된 또는 텍스트 원문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에 대한 뒷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암호 기술자인 필립 지머먼이 고도의 해독 능력이 필요한 전자암호를 만들어 일반에 배포하면서 첨예한 대립을 불러왔고, 이 법안은 원안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기술혁신 문제도 주요 요인이다. 스마트폰의 잠금장치 해제는 미 정부와 기업들의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대한 미 정부의 통제는 민간 기업들의 혁신을 제한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정부의 기술능력 역시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과 뒷거래를 통해 일시적으로는 안보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혁신을 저해해 사이버 안보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사이버 안보가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통제, 감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발전을 통해서 달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사이버 안보 논의에서 법원이 민간의 손을 들어줄 때마다 미 정부는 결과적으로 이를 존중해 왔다. 민주주의는 시민만이 지켜내는 가치가 아니라 정부 역시 존중해야 하는 가치이며, 미 정부는 이러한 전통을 준수하고 있다. 미국인 모두가 이를 잘 알고 있다.

애플과 FBI의 논쟁은 테러 용의자가 보유했던 스마트폰에 대한 접근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이버 안보에 관한 논의이고, 더 크게는 기술 혁신의 문제이며,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실현에 관한 논쟁이다. 애플과 FBI는 결국 미국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 최대 접점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2016-03-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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