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2.8%는 한마디로 ‘책임 있는 결단’의 결과다. 내년에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세금은 올해보다 33조원 덜 걷힌다. 나랏빚 증가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이런 고차방정식의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순위가 낮은 예산은 절감해 꼭 필요한 곳에 재배분하고, 정부 지출 증가를 최소화해 할 일은 하면서 미래세대 빚 부담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에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시급성·타당성·효과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삭감하고 평년 2배 수준인 23조원을 재배분했다. 빚을 안 늘리려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4% 줄여야 하는데, 이는 빚 관리에만 치우쳐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되는 선택지여서 채택할 수 없다. 2.8%의 증가율은 거시경제와 재정 운용의 정도를 걷겠다는 깊은 고민과 용기의 표현이다.
내년 나라 살림을 ‘가성비 높은 따뜻한 예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고심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복지 분야는 총지출 증가율의 3배가 넘는 8.7%를 늘렸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생계급여액은 지난 5년간 인상된 금액의 합계보다도 많은 21만원 인상해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중점을 뒀다. 가족이 오롯이 돌봄을 부담하기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24시간 1대1 돌봄을 처음으로 제공하고, 질병·장애 부모를 돌보느라 학업 중단과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정부 지원을 시작했다.
내년 예산안은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역점을 둔 ‘국민 공감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고, 젊은 세대일수록 비율이 더 높았다. 동시에 삶의 질을 개선하고 민생을 보듬어 주길 원한다.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건전재정 유지와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책임재정 간 균형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알뜰 재정, 살뜰 민생’이 내년 예산안의 지향점이다. 사실 예산은 재정당국의 것도, 국회의 것도 아니다. 하루하루 힘든 생업에 땀 흘리며 기꺼이 혈세를 내어 주신 국민의 것이다.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쓰느냐를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고심 끝에 마련한 내년 예산안의 취지와 의미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완성되길 기대한다.
2023-09-0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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