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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그럼에도 검찰을 믿어 보자/박성국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그럼에도 검찰을 믿어 보자/박성국 사회부 기자

입력 2015-05-10 18:10
업데이트 2015-05-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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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에 동화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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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사회부 기자
박성국 사회부 기자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들은 말이다. 특히 검찰을 출입하게 되면서 이 당연한 잔소리의 빈도도 높아졌다. 검찰의 잘못된 행태와 문화를 지적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했고, 이 때문에 “왜 우리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느냐”고 따지는 검찰 간부와 언쟁을 벌인 적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검찰을 믿어 보고 싶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대한 이야기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을 앞두고 남긴 메모와 언론 인터뷰로 검찰 수사에 오른 정치권 인사 8명은 폭로 당시를 기준으로 현직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원 1명, 광역자치단체장 3명 그리고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2명이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만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을 뿐 나머지 7명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또는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8명 모두 현 정부의 실세라는 점에서 사건을 ‘박근혜 게이트’로 규정하고 검찰이 아닌 특검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당까지 특검 수사를 수용할 뜻을 보였다.

하지만 여야는 서로 다른 특검의 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특별법을 통한 특검 수사를, 여당은 상설특검을 활용한 수사를 원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특검 공방을 바라보는 검찰 분위기는 엇갈렸다. “제발 특검이 가져가 달라”, “가져가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전자는 정치권 수사는 어떤 결론을 내놓든지 ‘정치 검찰의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경험칙에서 나온 반응이다. 반면 후자에선 ‘수사 전문가는 역시 검찰’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역대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무용론’(無用論)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곤 했다. 대부분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상설특검은 파견 검사 최대 5명, 파견 공무원 30명 이내, 수사 기간은 최장 90일로 제한된다. 이번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미 검사만 13명이 투입됐고, 수사관 20여명이 달라붙었다. 아무 때고 수사 인력의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수사 기간 제한도 없다.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특검 수사에 견줄 바가 아니다.

특별법에 따른 특검 또한 장점보다는 한계가 크다는 게 과거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특검, 특검보 등의 중론이다. 특검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현재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이 사안은 무조건 실패하게 돼 있다.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본다면 그냥 검찰 조사를 지켜보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8일 ‘성완종 리스트’ 8명 중 최초로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러 조사했다. 홍 지사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3년 폐지된 뒤 검찰에 불려나온 첫 번째 정치 거물이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정치’의 때를 벗고 얼마나 변모했는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검찰을 믿어 보고 싶은 것이다.

psk@seoul.co.kr
2015-0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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