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는 멋진 휴게공간이 많다. 관람하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쉬었다 가기를 권한다.
‘첫 사랑’, ‘첫 출근’, ‘첫 만남’, 그리고 ‘처음 해본 많은 것들’. 국어사전에 ‘처음’은 명사로 시간상, 순서상 맨 앞이라고 나와 있고, ‘첫’은 관형사로 맨 처음이라는 말로 표현돼 있다. ‘첫’이라는 단어는 설레게도, 긴장하게도 한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첫 번째를 가지고 있다. ‘첫’이라는 글자에는 설렘과 긴장감과 떨림이 모두 있다.
얼마 전 한 학예사가 ‘호랑이해’를 맞이해 ‘작은 전시’를 준비하고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보통 전시를 열고 나면 그다음은 홍보다.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나면 취재도 온다. 홍보를 위해 학예사는 취재 온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도 해야 한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말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이에 적어 준비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뛰어다니고 단어들을 잡으러 다니느라 말은 끊어지기 일쑤다. 학예사는 미리 준비해 온 답변 내용을 다시 보고 여러 번 다시 말을 시작해야 했다. 사실 그에게는 이번 인터뷰가 ‘첫 번째 인터뷰’였다. 그의 떨림이 필자에게도 전달됐으나 안절부절하는 그의 모습이 왠지 좋았다. 첫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그의 얼굴에 피어 오른 안도감과 아쉬움을 봤다.
그 모습을 보면서 기억 몇 개가 떠올랐다. 홍보를 하면서 매번 다른 사람에게 인터뷰를 하게 한다. 홍보하는 사람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날은 홍보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고, 기획했던 사람이 필자라 인터뷰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뉴스로 나가는 첫 인터뷰가 끝난 후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전시를 홍보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시를 중계방송했을 때의 떨림도 기억한다. 지금은 하는 곳이 많지만 전시를 소개하는 중계방송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이었다. 학예사, 외부 진행자와 함께 두 번의 리허설을 했음에도 생방송으로 진행하던 부담감과 방송을 몇 명이나 볼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예측할 수 없는 ‘첫 번째’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공리에 끝냈고, 그 성취감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제 박물관에서의 ‘첫 번째’를 얼마나 더 경험하게 될까.
우리는 처음, 첫 경험들을 모아 인생을 차근차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이제 출발선에 선 학예사가 ‘첫 인터뷰’를 기념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보내 주었다.
2022-02-07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