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도봉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 넘치는 동네였다. 골목 어귀를 밝힌 건 가로등뿐 아니라 이웃 간의 소담한 대화와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올해 ‘도봉구’가 다시 드라마 배경이 됐다. 제목부터 도봉구를 연상시키는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 다시 한번 흥분과 기대를 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그려진 모습은 허망하고 실망스러웠다.
드라마 속 도봉구가 1년 만에 따뜻한 동네에서 범죄도시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성추행, 폭행은 물론 살인까지 벌어지는 우범지역으로 묘사됐다.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을 사용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고찰과 주민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작품 속 배경이 실제 지역을 연상시키는 경우는 도봉구만의 일은 아니다. 영화 ‘곡성’의 전남 곡성, ‘태양의 후예’의 강원 태백 등과 같이 영화 배경이 된 지역에는 관광객이 넘쳐나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의 잔상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다. ‘힘쎈여자 도봉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제작사 측에 우리 구 입장을 전달했다. 제작사 측은 드라마의 내용이 실제 지역과 관련 없는 허구이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범죄 발생률이 가장 낮은 안전한 도시라는 것도 인정했다.
2016년 경찰청 통계자료에서 인구 1만명당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도봉구는 71건으로 전국 234개 기초지자체 중 179위로 범죄 건수가 매우 낮았고, 서울시 자치구 중에는 가장 낮았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범죄분야 안전도에서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
도봉은 2011년에 서울시 최초의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고,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5번째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케이팝 메카가 될 2만석 규모의 ‘서울아레나’ 공연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활력 넘치는 도시가 되고 있다.
또 도봉구만의 역사문화관광벨트가 있다. 전국 최초의 둘리뮤지엄을 필두로 함석헌기념관, 김수영문학관, 서울시 지정보호수 1호인 방학동 은행나무, 연산군묘, 현존 유일의 간송 전형필 가옥 등 명소들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
우리 드라마는 한류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가 가진 대중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그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전에 고려하는 것이 지역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아닐까. ‘힘쎈여자 도봉순’이 결과적으로 도봉구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2017-03-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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