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시론] 창조적 혁신, 다양성에서 나온다/김창환 미국 캔자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창조적 혁신, 다양성에서 나온다/김창환 미국 캔자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2022-06-20 20:38
업데이트 2022-06-21 03: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혁신은 고독한 천재 아닌 팀워크 산물
다양한 배경·능력 팀이 창의력 더 높아
시험으로 뽑는 인재로 창의성 추구 모순

이미지 확대
김창환 미국 캔자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김창환 미국 캔자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선진국을 모방해 발전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미 선진국이 돼 미증유의 과제를 독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질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는 교육제도의 혁신을 통해 지식습득형이 아니라 문제해결형의 창의적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인재 양성을 혁신과 성장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했다. 창의성 강조는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등장한 창의적 의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모토로 내세웠고, 문재인 정부는 행정·외교·방역에서 창의성을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이 주도한 대입제도 변화도 정보 사회에 걸맞은 인재상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

창의성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창의적이었던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성취가 가능했던 이유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인의 어깨라는 오래된 지식은 과거부터 축적된 창의성의 결과인데, 새로운 창의성은 이 지식을 토대 삼아 생겨난다.

교육의 출발점은 기존 지식의 전달과 습득이다. 이를 넘어 어떻게 하면 새로운 창의성을 가르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알고 있다면 이미 창의적 지식이 아니다. 창의성을 어떻게 기르는지 아는 사람은 기존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만들어 내기 바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혁신은 고독한 천재가 “유레카”를 외치는 것 같은 방식이 아니라 팀워크의 산물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 노벨상 수상 경향을 분석했더니 갈수록 공동 수상이 늘어 2009년 이후 노벨과학상은 공동 수상이 90%에 이른다. 거의 모든 새로운 지식이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댄 융합적 결과다.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할 때 누구의 공이 상대적으로 큰지 주관적으로 재단하는 게 항상 논란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어떤 팀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생산하는지, 그 특성은 무엇인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공정하게 평가해 가장 능력이 좋은 멤버로 팀을 구성하면 창의적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미시간주립대 스콧 페이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혁신적 돌파구는 동일 기준으로 고능력자를 모아 둔 팀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가진 팀에서 주로 나왔다. 다양성이 창의성의 동력이다.

심지어 시험으로 측정해 상위 10%의 구성원으로 만든 팀보다 상위 50% 중에서 무작위로 선발한 팀의 창의성이 높았다. 그 이유는 한 가지 기준으로 선발한 인재들은 다양성보다는 동질성이 큰 반면 상위 50%의 인재들은 설사 한 가지 시험에서 점수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능력이 높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수학능력시험이나 사법시험같이 동일한 기준으로 능력이 뛰어난 멤버를 뽑아 팀을 구성하는 것도 장점은 있다.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기존 과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점진적 개선에는 동질성 팀이, 혁신적 돌파구 마련에는 다양성 팀이 우수하다. 창의성을 강조하며 동일 잣대의 공정한 시험에 기반한 인재 선발 방식을 제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양한 능력을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칫하다가는 아무런 인재 선발의 기준 없이 중구난방이 돼 구성원끼리의 갈등만 커질 수 있다.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인재 선발에서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한 이후에는 인구학적 배경의 다양성을 추구하면 된다. 팀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다양한 능력은 성, 연령, 인종, 지역, 출신학교 등 인구학적 다양성과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가르치고 수용성을 높이는 교육이 창의성 교육이다.
2022-06-21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