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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행안부 경찰제도 개선 방안, 절차적 정의에 반한다/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시론] 행안부 경찰제도 개선 방안, 절차적 정의에 반한다/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입력 2022-07-18 20:32
업데이트 2022-07-19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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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신설, 그간 민주 통제 노력 역행
개선안 국가경찰위원회 의결 거쳐야
여론 수렴하고 토론 거쳐 의견 도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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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경찰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 일부개정령안과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행안부령)을 입법예고했다. 19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를 걸쳐 다음달 2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경찰국 신설안은 1991년 이래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노력에 역행한다는 문제점과 함께 치안 사무를 행안부의 사무에서 배제하고 경찰청에 두도록 한 ‘정부조직법’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찰법)의 문언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치안 업무를 당시 내무부의 관장 사무에서 삭제한 것은 1990년 개정 ‘정부조직법’의 핵심 내용이자 1991년 경찰법의 입법 취지다. 이 때문에 법률 개정이 아닌 하위법령 제개정을 통해 입법 사항을 다루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크게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경찰제도 개선 방안은 행안부령을 통해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 및 감독할 수 있게끔 돼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청장이 장관에게 보고해야 할 사항을 ‘그 밖의 중요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해 장관이 요청한 사항’이라고 폭넓게 규정해 현행 국가경찰위원회의 업무와 충돌할 여지가 크다.

이는 다른 국가기관 상호 간에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해 다툼의 소지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법률로 정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했다는 점에서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의 주요 내용인 포괄위임금지 원칙에도 반한다.

중요한 문제는 또 있다. 현행 경찰법(제10조 제1항 1호)에 따르면 ‘국가경찰 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 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한편 경찰제도 개선 방안은 경찰 업무 조직의 신설, 소속청장 지휘 규칙 제정, 경찰 인사 개선 및 인프라 확충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국가경찰 사무의 주요 정책이자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이다. 경찰법 제10조 제1항 9호는 ‘그 밖에 행안부 장관 및 경찰청장이 중요하다고 인정해 국가경찰위원회의 회의에 부친 사항에 대해선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심의·의결된 내용이 적정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될 때 행안부 장관은 재의를 요구할 수 있을 뿐(제10조 제2항)이다. 따라서 행안부는 경찰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국가경찰위에 부의하고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쳤어야 했다. 이렇듯 경찰제도 개선 방안은 현행법이 규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 위반의 소지가 크고, 절차적 정의에 반한다.

정의가 무엇인지, 특히 정의의 구체적 내용 이른바 ‘실체적 정의’가 무엇인지는 쉽게 파악하거나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실체적 정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적어도 합의된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게 함으로써 실체적 정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한 점에서 절차적 정의는 실체적 정의의 최소한 또는 필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행안부에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꾸려진 뒤 고작 2개월여 만에 행안부는 경찰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입법예고까지 했다. 현행법이 규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서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시민사회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더 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도출할 여지는 없었을까. 나는 롤스를 비롯한 현대 정의론에서 절차적 정의에 반하는 제도 개선은 실체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2022-07-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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