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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꽃 벼락/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꽃 벼락/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3-04-11 00:00
업데이트 201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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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일본 오카야마 지방에 갈 기회가 있었다. 만개한 벚꽃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절정의 아름다운 시기를 지나 있었다. 바람에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광경을 보며 그나마 아쉬움을 달랬다.

나오시마의 베네세 뮤지엄 식당에서 점심 도시락을 주문했다. 도시락 위에 ‘花霞’라고 쓰인 종이와 벚꽃 송이가 놓여 있었다. 일행 중에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 “‘벼락 벽’자인 듯하니 꽃 벼락이라는 뜻”이라고 그럴듯한 해석을 했다. 모두들 “꽃 벼락이라면 기꺼이 맞을 만하다”면서 즐겁게 도시락을 비웠다.

나중에 자전을 찾아보니 ‘霞’는 ‘벼락 벽’이 아닌 ‘노을 하’자였다. 감이 잡히지 않아 인터넷 일본어 사전을 검색해 보니 봄 안개를 뜻했다. 花霞(하나가스미)란 ‘꽃 안개’라는 의미이고, 좀 더 자세히는 ‘활짝 핀 벚꽃이 멀리서 보았을 때 안개처럼 보이는 것’이란다. 참으로 시적인 단어다. 그날 꽃 안개 콘셉트의 도시락을 꽃 벼락으로 알고 먹은 셈이다. 그러면 또 어떤가. 모두가 꽃 벼락을 맞고 너무나 행복했는걸.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3-04-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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