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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소(牛)/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소(牛)/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6-03-07 18:10
업데이트 2016-03-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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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고향엔 소도 없다. 외양간이 텅 비었다. 소들로 북적댈 때도 있었다. 한때 동물농장이었다. 돼지는 우리를, 염소는 언덕을, 닭들은 마당을 차지했다. 집오리가 활개친 적도 있다. 아이들에겐 더없는 동물 체험장이었다. 어미 소와 송아지에게 지푸라기를 던져 주고 쓰다듬기도 했다.

얼마 전 남은 소마저 처분했다. 시골에 가더라도 냇둑이나 산에서 풀을 뜯는 소를 구경할 수 없다. 축산은 큰 농장의 몫이 됐다. 소 있는 시골의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하다. 돼지우리도 주인을 잃은 지 오래다.

소는 낙()이었다. 자체만으로 든든했다. 동네에선 송아지가 태어나면 “식솔 늘었구먼”이라며 축하했다. 어미 소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면 “벌써 송아지 팔았나. 돈 좀 됐겠네”라며 인사치레를 했다. 고향 동네는 그랬다.

손이 많이 갔다. 외양간을 치우고 때에 맞춰 먹이를 주고…. 연로하신 어른들은 나들이를 가더라도, 도회지 손자를 보러 와도 “일이 많다”며 당일치기를 고집하셨다. 그러다 “편하게 지내시라”는 자식들의 생떼에 져 주셨다. 소가 없는 이유다. 외양간을 지나며 “홀가분하다”는 말씀엔 서운함이 묻어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3-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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