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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다람쥐 밥/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다람쥐 밥/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10-19 23:24
업데이트 2016-10-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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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신도시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호수 공원이 있다. 휴일 아침이면 30분 남짓 걸리는 호숫가까지 걷곤한다. 피라미떼가 노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작지 않은 즐거움이다.

신도시에 본격 입주가 시작되던 4~5년 전 호수의 피라미들은 사람의 발자국이 느껴지면 놀란 듯 잽싸게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그러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한두 마리씩 눈치를 살피며 다시 물가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랬던 피라미들이 달라졌다. 이제는 사람을 경계하기는커녕 인기척이 느껴지면 오히려 멀리서 놀던 놈들까지 발밑으로 모여든다. 주민들이 던져 주는 먹거리에 길이 든 것이다.

피라미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마당에 산비둘기가 날아오는 것도 신기했다. 산비둘기는 멀리서 사람이 보이면 날개를 퍼덕이며 달아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습만 산비둘기지 하는 짓은 꼭 집비둘기다. 아이들이 먹다 흘린 과자가 주식이 된 것은 아닌지….

호수 공원에서 돌아오는 산길에 밤이며 도토리가 떨어져 있다. 보이는 대로 호주머니에 넣던 시절도 있었다. 힘껏 숲 속으로 던지면서 속으로 읊조린다. 다람쥐들아, 겨울 양식 하거라.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10-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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