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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말(言) 무덤/박건승 논설위원

[길섶에서] 말(言) 무덤/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입력 2017-04-17 23:04
업데이트 2017-04-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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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는 ‘말 무덤’이 있다. 말(馬)이 아닌 말(言)을 묻은 무덤이다. 400여년 전, 이곳엔 여러 성씨가 모여 살다 보니 말다툼에 문중 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마을을 둘러싼 야산은 개가 입을 벌린 채 짖어대는 형세여서 ‘주둥개산’으로 불렸다. 한 예언자의 조언대로 개 주둥이의 송곳니와 앞니 위치쯤 되는 곳에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 바위를 세웠다. 그리고 싸움의 발단인 온갖 말을 사발에 담아 주둥개산에 묻었다. 그 뒤 거짓말처럼 싸움이 없어졌다는 속설이다.

말을 조심하라는 경구는 숱하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란 뜻의 구화지문(口禍之門)이나 화생어구(禍生於口),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신구개하(信口開河)’?. 말이 난무하는 계절이다. 대선 철을 맞아 말 때문에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대선 주자들의 입은 허망한 말과 꾸며대는 말, 상대를 욕하는 말로 쉴 틈이 없다. 이들에게 예천의 말 무덤을 한번쯤 다녀오도록 하면 어떠할까. 그렇게 해서 험담과 비방, 막말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번외소득이지 않을까.
2017-04-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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