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양새가 나쁘지 않아 보였으니 계속 다니게 됐다. 자주 머리를 자르러 가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었다. 나이 들면서 가늘어진 데다 많이 빠져서 ‘속알머리’가 갈수록 훤해지고 있는 내 머리카락 사정을 걱정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한번은 머리를 손질하다 말고 “어디서 깎았어요. 손님은 이렇게 자르면 안 되는데…” 하는 것이다. “자기가 깎은 머리도 모르냐”고 면박을 주려다 그냥 웃으며 “다음부턴 꼭 이리로 올게요” 했다. 지난 일요일 다시 가니 불이 꺼져 있었다. “휴일이 가장 바쁜데 쉴 수 있겠느냐”고 했으니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됐다. 정드는 게 이런 건가 싶다.
2022-10-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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