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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상하이 양산항 vs 부산 신항/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상하이 양산항 vs 부산 신항/박홍환 논설위원

입력 2014-03-21 00:00
업데이트 2014-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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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 동안, 엄밀하게 얘기해 이틀에 걸쳐 중국과 한국의 최대 컨테이너 부두를 동시에 살펴보고 돌아왔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상하이 자유무역구의 핵심 진출입 기지인 상하이 양산(洋山)항과 한국 해양산업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부산 신항은 해운·물류전쟁의 최전선 그 자체였다. 하루 24시간 쉴 틈 없이 전 세계 컨테이너가 모여들고 빠져나가는 양상에 입을 다물 틈이 없었다.

두 항구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기존 주력 항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조성됐다. 상하이 양산항이 저장(浙江)성의 작은 어촌이었던 소(小)양산도 주변을 매립해 거대한 컨테이너 부두로 변신한 것과 마찬가지로 부산 신항 역시 행정구역상 경남 창원시의 어촌 지역을 매립해 만들었다.

상하이 양산항은 그 거대한 규모가 압권이다. 4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16척이 일렬로 접안해 하역과 선적을 진행할 수 있다. 접안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연안에서 항구까지 무려 35㎞가 넘는 교량을 과감하게 건설했다. 물동량이 늘면 제2 부두를 또 만들고, 철도와 차량이 아래위로 다니는 2층 교량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산 신항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이 놀라울 정도다. 무인 집하 시스템을 구축해 비용절감을 실현했다. 반나절도 안 돼 컨테이너 수천 개의 하역 및 선적작업을 끝내고 출항시킨다. 입출항 길을 막아선 작은 섬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도선사는 400~500m 길이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정확하게 제 위치에 접안시키는 묘기도 연출했다.

상하이 양산항의 물동량은 세계 1위, 부산 신항은 세계 5위다. 내수용 화물이 많은 중국 특성상 단순비교는 할 수 없지만 큰 격차가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머스크(덴마크), 코스코(중국), 에버그린(타이완) 등 글로벌 해운선사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힘이다. 이는 해운산업의 경쟁력에서 비롯되지만 우리 해운업계는 지금 최대 위기상황이다. 지난해 선박 보유량 1608척, 선적화물 8000만t으로 세계 5위를 유지했지만 이를 지키는 것도 힘에 부쳐 보인다.

그나마 미래를 꿈꾸는 젊은 인재들이 있다는 점은 희망이다. 정기적으로 부산~상하이~부산~뉴욕~부산을 오가는 4000TEU급 한진마르세유호에서 만난 10여명의 20~30대 선원들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내비쳤다. 해운업계에 대한 지원은커녕 발목 잡기만 해대서는 부산 신항은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또 험한 파도와 싸우며 오대양을 누비는 우리 젊은 인재들의 꿈을 꺾는 일이기도 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4-03-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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