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호모사피엔스의 생존력/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호모사피엔스의 생존력/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01-25 23:12
수정 2016-01-2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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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기상이변으로 비교적 따뜻한 나라인 대만에서 50여명이 얼어 죽고, 미국에서도 많은 동사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우리의 아득히 먼 조상 ‘벌거숭이 인간’들은 어떻게 혹독한 한파를 극복하며 생존했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호모사피엔스(지혜로운 사람)라고 불리는 우리의 먼 조상은 1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다. 호모사피엔스의 조상은 약 250만년 전 나타난, 남쪽의 유인원이라는 뜻을 지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이 종에서 많은 인간종이 분화했는데 유럽에서는 네안데르탈인(네안데르 골짜기에서 온 사람), 아시아에서는 호모에렉투스(똑바로 선사람) 등 우리와 사촌 격인 여러 인간 종(種)들이 있었다. 호모사피엔스는 3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12만년 이상 공존했다. 먹이사슬의 중간에 위치한 인간 종들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먹이사슬의 정점으로 뛰어오른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변화로 우리 조상들은 멸종 직전까지 내몰렸다. 600명 정도의 조상이 살아남아 70억명이 넘는 현존 인류로 불어났다고 한다. 기후가 온화해지면서 이들은 활동 범위를 조금씩 확대했다. 네안데르탈인을 만난 건 유럽이었다. 이들 사이에 금지된 사랑도 일어났다. 그동안 교배이론과 교체이론이 맞섰지만 최근 과학기술은 중동과 유럽인이 가진 DNA 가운데 1~4%가 네안데르탈인이 가진 DNA라는 것을 알아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까지 진출하는 데는 약 2000년에서 3000년 정도 걸렸다. 불행히도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대형 포유동물과, 사촌 격인 인간 종들이 사라졌다.

호모사피엔스의 무기는 복잡한 언어 체계와 상상력의 산물인 공동체 문화였다. 이를 바탕으로 농업혁명을 일으키고 종교와 문명, 제국을 형성했다. 그러나 대자연 앞에서는 여전히 미약한 존재였다.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생명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특히 500년 전부터 시작된 과학혁명은 호모사피엔스를 완전히 다른 인종으로 만들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사피엔스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종, 스스로 신이 되려 하고 있다”면서 “인간은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불멸의 존재인 사이보그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작가는 “죽음을 초월한 그 무엇이 되더라도 호모사피엔스가 더 행복해졌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과 기상이변의 정도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호모사피엔스는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마저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다. 야만적인 DNA를 버리고, 상생의 DNA를 보강할 것이라 믿는다.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잠자리를 내어 주는 시민들이 그 DNA를 갖고 있지 않을까.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1-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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