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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중국과 ‘중진국의 함정’/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중국과 ‘중진국의 함정’/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03-07 18:10
업데이트 2016-03-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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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총리가 업무 보고 중 진땀을 흘리는 동안 박수 한번 안 친 시진핑 국가주석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제 외신이 스케치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장에서의 중국 권부 1, 2인자의 표정이었다.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兩會)에 쏠린 세계인의 눈길을 끌 만한 스냅 사진이었다.

이들 5세대 지도부의 심각한 얼굴에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한 전망에 따른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을 법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 목표를 6.5∼7% 범위로 정한 데서도 짐작된다. 더구나 리 총리는 이날 “앞으로 5년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시기로 각종 모순과 위험이 뚜렷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혁·개방 이후 고성장을 구가해 온 중국이 실제로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든다면? 경제적으로는 시장화, 정치적으로는 1당 체제를 취해 온 중국 사회의 누적된 모순, 즉 도농·계층 간 양극화 문제 등이 일시에 분출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진국의 함정은 2006년 세계은행이 공식화한 용어다. 경제발전 초기엔 순조롭게 성장하던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20세기에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나라로는 일본과 아일랜드 정도가 꼽힌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많은 중남미국들과 포르투갈·그리스 등 일부 남유럽국들이 중진국의 덫에 걸린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한때 고성장하다가 포퓰리즘에 젖어들거나 반(反)세계화 노선을 밟으면서 1인당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외려 뒷걸음치면서다.

2007년 1인당 2만 달러 돌파 후 금융위기 등으로 소득이 다시 떨어지자 중진국의 함정을 걱정했던 우리다. 2010년에 2만 달러대로 재진입하면서 그런 우려는 잦아들었으나, 아직 온전히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 대체로 선진국의 잣대로 통용된다. 하지만 우리는 십수년 동안 3만 달러의 벽에 막혀 있지 않나.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미국과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6개국은 벌써 3만 달러를 넘어섰는데….

고성장기에 세계의 생산기지이자 시장이었던 중국의 위기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순 없다. 중국 정부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공세적 구조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석탄·시멘트 등 공급 과잉 상태인 ‘강시(좀비)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대신에 새로운 일자리 10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중국 지도부의 그것처럼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모습조차 안 보이니 사뭇 걱정스럽다. 총선을 앞두고 표밭 갈이에 쏟는 절반의 관심이라도 노동개혁 등 4대 부문 구조 개혁에 기울였으면 좋으련만….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03-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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