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펫시장까지 진출한 대기업/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펫시장까지 진출한 대기업/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7-10-17 22:42
수정 2017-10-1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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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견인이 키우는 강아지를 한 달에 60만원 하는 강아지 유치원에 보냈다. ‘학부모’로서 걱정되는 마음에 유치원 원장에게 잘 보살펴 달라며 촌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집에 돌아온 강아지의 목줄에 ‘반장’이라고 적힌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고민(?)하는 애견인의 글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니 웃지 못할 현실이다.
강남의 강아지 유치원은 아이들의 유치원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침에 스쿨버스가 집으로 와서 강아지를 데려가고, 돌아올 때는 ‘잘 놀았다’ 등이 적힌 알림장이 든 가방도 강아지 목에 걸려 보낸다. 시간표는 등교 후 아침식사, 동요를 들으며 친구들과 공놀이, 낮잠시간, 간식시간, 놀이시간, 수업시간으로 짜여 있다. 수업시간에는 배변, 복종, 예절 훈련 등을 한다. 상류층 강아지들의 유치원에는 병원, 미용실, 호텔, 카페 등이 함께 들어선, 이른바 ‘개 복합문화공간’인 곳도 많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이 1000만인 시대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시대를 감안하면 반려동물 문화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전문직으로 각광받는 수의사를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수의대 전체 경쟁률이 한의대·치의대보다 높다. 일부 실업고교에서는 반려동물케어과도 신설되고 있다.

펫산업의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재 2조원대로 성장한 펫산업은 2020년 최대 5조 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까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관련 용품제조 업체는 신났다. 늙은 개나 걷기 힘든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위한 유모차인 ‘개모차’만 하더라도 보통 20만~30만원짜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100만원이 넘는 럭셔리 제품도 있다니 그럴 만도 하다.

가파른 성장에서 주춤하는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펫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것도 다 ‘돈 냄새’를 맡아서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의 반려견 이름을 딴 반려동물 전문매장인 이마트의 ‘몰리스펫’을 강화하고 있다. 반려동물 용품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호텔과 미용 서비스, 분양도 함께 한다. 롯데백화점 역시 반려동물 관련 용품이나 사료, 교육, 장례 서비스를 아우르는 펫 비즈니스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이미 롯데마트 30여개 점포에서는 ‘펫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기존 반려동물 영세 업소들은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대기업의 펫시장 진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동네 빵집, 분식집의 업종까지 뛰어들더니 이제는 펫산업까지 넘보는 대기업. 그들의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bori@seoul.co.kr
2017-10-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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