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미국의 ‘국민 할머니’ 부시/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국의 ‘국민 할머니’ 부시/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8-04-17 22:22
업데이트 2018-04-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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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득 전 고려대 교수는 저서 ‘영부인론’(2001년)에서 영부인을 ‘전통적인 내조형’, ‘정치적 내조형’, ‘제3세계형’(전통적 내조나 정치적 내조에서 권력형 축재로 변질됨), ‘전문적 참여형’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역대 퍼스트레이드 가운데 41대 조지 H W 부시의 아내이자 43대 조지 W 부시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92세)는 ‘전통적인 내조형’으로 볼 수 있다.
바버라는 15세 때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서 만나 처음 키스한 한 살 위의 남자와 결혼해 지금까지 73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오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전생에 나라를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구하지 않고서는 얻기 어려운 축복받은 인생이다(여성을 가족의 종속 개념이 아닌 독립적 주체로서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정치 명문가의 안방마님인 그는 남편의 대선 때와 달리 아들 부시의 대선 때는 하루에 3개 주를 돌며 연설을 하고, 수천 통의 지지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하는 억척스러운 엄마였다.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아들 부시의 성격은 “시어머니 바버라를 빼닮았다”는 게 며느리 로라의 얘기다.

겉으로는 조용한 내조형이지만 실제 부시 집안에서는 자녀와 손자들의 교육을 맡는 ‘집행자’라고 불린다. 부시 가문 사람 중 가장 적극적이고 정치적이라는 평도 있다. 차남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2016년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자 “아버지와 형이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젭은 절반의 적과 절반의 친구를 갖고 있다”며 차남의 출마를 반대한 이도 그다.

최근 투병 중이던 그가 모든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러 차례 지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던 그는 추가적인 의학 치료를 받는 대신 ‘편안한 돌봄’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소극적 안락사’라고 한다.

바버라는 꾸밈없는 솔직하고 담백한 성품에 유머 감각이 뛰어나 백악관 시절이나 그 이후에나 남편보다 더 인기 있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퍼스트레이디였다. 상원 의원의 며느리로, 대통령의 아내로, 대통령의 어머니로 누구보다 화려하고 부유한 삶을 살아왔지만 그는 목에 건 굵은 진주 목걸이를 제외한다면 여느 평범한 동네 할머니의 이미지였다. 백발에 자애로운 모습이다 보니 ‘국민 할머니’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의 투병과 치료 중단 소식에 미국 각계에서 바버라의 편안함을 한마음으로 기원한다고 한다. 쾌유를 바랄 수 없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감옥에 가는 우리의 현실이 떠오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8-04-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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