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꼽추의 나무심기/강명관 부산대 한문학 교수

[열린세상] 꼽추의 나무심기/강명관 부산대 한문학 교수

입력 2010-02-23 00:00
업데이트 2010-02-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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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그는 구루병에 걸려 등이 낙타 등처럼 불쑥 솟아났기에 사람들은 그를 ‘낙타’라고 불렀다. 꼽추라는 의미의 별명이 듣기 싫었을 것인데, 그는 “나를 낙타라고 부른다면, 정말 맞는 말이지.” 하고, 자신을 스스로 낙타라고 일컬었다. 성이 곽(郭)이었기에 ‘곽낙타’가 그의 이름이 되었다.

곽낙타는 직업이 나무 심기였다. 당나라 서울 장안의 부자들은 꽃과 나무를 감상하기 위해, 과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풍성한 수확을 위해, 곽낙타를 불러 자기 나무를 길러 달라고 부탁하였다. 곽낙타는 요구대로 나무를 심어주기도 하고 옮겨주기도 하였다. 그가 손을 댄 나무는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쑥쑥 자라 화사한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다. 동업자들이 흉내를 내어 보았지만 결코 곽낙타의 경지에는 이를 수 없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비결을 묻자, 곽낙타의 답인즉 이러하였다.

“따로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가 타고난 성질대로 길러주는 것일 뿐이지요. 나무의 성질이란, 뿌리는 뻗어나가기를 바라고, 북돋움은 고르게 해주기를 바라고, 흙은 오래된 흙을 바라고, 다져주는 것은 단단히 해주기를 바라지요. 이렇게 해 주었다면, 움직이게 하지 말고, 나무가 죽을까 염려도 하지 말고, 나무를 두고 떠난 뒤 다시 돌아보지 말아야 합니다. 심을 때는 자식처럼 돌보지만, 그냥 둘 때는 마치 버린 듯이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나무는 천성대로 자라나게 됩니다. 나는 나무가 자라는 것을 해치지 않을 뿐입니다. 달리 무성하게 자라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지요.

다른 사람을 보면 내가 하는 것과는 크게 다릅니다. 뿌리는 오그라들고, 흙은 바뀌고, 북돋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 아주 모자랍니다. 또 너무 엉뚱한 경우도 있는데, 지나칠 정도로 나무를 사랑하고, 지나칠 정도로 걱정하여 해가 뜨면 가서 보고, 해가 지면 어루만집니다. 심한 경우, 손톱으로 나무껍질을 긁어 살았는지 말랐는지 확인하고, 뿌리를 흔들어 흙에 단단히 박혀 있는지 살펴봅니다. 나무의 천성은 날이 갈수록 망가지지요. 나무를 사랑한다지만, 사실은 해치는 일이요, 나무를 걱정한다지만, 사실은 원수로 여기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내가 돌본 나무만 못한 것입니다. 내가 달리 무슨 일을 할 수가 있었단 말입니까?”

질문을 던졌던 사람이 곽낙타에게 나무 심는 방법이 혹 관리가 백성을 다스리는 데도 적용될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곽낙타는 자기 일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고향에서 관리들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보았다며 이렇게 답하였다.

“관리들은 명령을 번거롭게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얼핏 보면 백성을 사랑하는 것 같지만, 끝내는 화를 끼쳤지요. 아침저녁으로 관리들이 찾아와 ‘빨리 밭을 갈아라, 곡식을 거두어라, 실을 뽑아라, 베를 짜라, 아이를 사랑하고, 개와 닭을 키워라.’ 하며 북을 울리고 목탁을 쳐서 백성들을 불러댑니다. 힘없는 백성들은 밥숟갈을 던지고 달려가 그들을 위로하기 바쁩니다. 어느 겨를에 농사를 지어 편히 살 수가 있겠습니까? 병들고 게을러질 뿐이지요. 내가 말한 나무 심기와 다를 바 없는 이치지요.”

1200년 전 당나라 문인 유종원(柳宗元·773~819)이 지은 ‘종수곽탁타전(種樹郭?駝傳)’을 풀어쓴 것이다(?駝는 낙타란 뜻이다). 유종원은 곽낙타의 입을 빌려 정치의 도리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 같다. 왜냐하면 질문을 던졌던 사람의 다음 한마디가 마지막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나무 심는 방법을 물어 백성을 기르는 방법을 배웠다.”

1200년 뒤의 나는 ‘종수곽탁타전’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이것은 백성들 다스리는 데만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억압하지 않고, 천성대로, 소질대로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다. 한데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이 교육이라 할 수 있겠는가? 최근 과격한 졸업식 뒤풀이를 두고 별별 말이 다 있었다. 하지만 나무라기에 앞서 그 졸업식 뒤풀이를 만들어낸 일그러진 우리의 교육을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과격한 졸업식 뒤풀이를 두고 별별 말이 다 있었다. 하지만 나무라기에 앞서 그 졸업식 뒤풀이를 만들어낸 일그러진 우리의 교육을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2010-0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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