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알 권리’ 충돌의 해법/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알 권리’ 충돌의 해법/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입력 2010-04-27 00:00
업데이트 2010-04-2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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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요즈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요사건에서 이른바 ‘알 권리’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서는 군사기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두고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고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사건에 있어서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피의자의 인권침해와 실정법 위반이라는 반대의견과 일반 국민에게 사회의 제반 범죄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찬성 측 주장이 대립한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에서는 교원의 인권침해라는 반대 측 주장에, 학생·학부모가 알아야 할 공적인 정보라는 찬성 측 주장이 제기된다.

‘알 권리(right to know)’란 모든 정보원에게서 신문·잡지·방송 등 불특정다수인에게 공개될 수 있는 일반적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는 권리로서 표현행위를 하기 이전의 단계를 말하고, 이에 취재의 자유도 포함된다. 우리 헌법에서는 알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와 표리의 관계가 있고,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으로부터 연유한다는 것은 학설과 판례 모두 일치된 견해이다. 민주국가에서 공적인 논쟁 또는 공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되어야 할 것이고, 이에 알 권리는 민주국가의 언론·출판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필연적인 단계로서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알 권리가 있다고 하여 모든 정보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야 하거나, 공개될 수는 없다.

천안함 사건에서 논란이 제기된 바와 같이 알 권리는 항상 국가기밀이나 군사비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각국은 국가기밀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그 누설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군사기밀의 판단권이 정부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군사기밀의 범위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의 대상 영역을 최대한 넓혀줄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참여정부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등 부패수사 과정에서 그들의 지지세력들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았다. 이들 대부분은 천안함 사건에서는 모든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알 권리는 그가 공인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지며, 공인의 사회적 영역에 대한 알 권리는 당연히 인정된다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확고한 입장이다. 피의사실공표죄를 예외 없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거나 노 전 대통령 등과 같은 최고 공인에 대한 수사 발표에 대해 문제삼는 주장은, 헌법상 권리인 알 권리를 부인하거나 과도하게 제한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천안함의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측은 전교조 명단 공개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사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데에 대한 정보는 내심에 속하거나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헌법재판소에서 판시하였듯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기본권은 교사의 활동에 관한 권리에 우선한다’. 교사의 단체가입을 공개하라는 법조항이 없더라도 공개를 금지하는 법조항이 없는 이상, 학부모 등의 교육기본권과 알 권리에 기한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해 교사의 기본권을 내세워 반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알 권리와 군사기밀,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 및 인격권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충돌은 입법에 의해 해결하거나 보다 중요하고 우월한 이익을 보장하고 덜 중요한 이익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우리의 안보현실과 독일의 경우와 같이 ‘헌법의 수호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 차원에서 정부의 군사기밀 결정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나 전교조 명단 공개는 공적 인물이나 교사의 공적 활동에 따른 개인의 기본권이 알 권리보다 우월한 이익이라고 볼 여지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정파적 목적에 따라 알 권리에 관해 사안별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바라보는 국민을 헷갈리게 하거나 국민의 눈살만 찌푸리게 할 뿐이다.

알 권리와 군사기밀,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 및 인격권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충돌은 중요하고 우월한 이익을 보장하고 덜 중요한 이익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0-04-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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