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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농어촌에 희망이 있을까/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열린세상] 농어촌에 희망이 있을까/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입력 2011-06-21 00:00
업데이트 201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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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농어촌에 희망을 주는 문학이 가능할까. 농어촌을 소재로 하여 도회와의 심정적 거리를 줄이고 소통과 교류를 불러오는 문학운동이 결실을 볼 수 있을까. 한국마사회에서 세운 농어촌희망재단이 제1회 농어촌희망문학상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앞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이 상의 주관을 맡게 되고, 접수된 작품의 심사를 진행하면서 처음의 생각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시 621명, 소설 274명의 놀랄 만한 응모 숫자도 숫자려니와, 그 속에 담긴 주제들은 참으로 다양다기하게 우리 농어촌의 절박한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인구의 감소와 젊은 세대 및 노동력의 부재, 영농과 영어의 어려움, 가족과 같은 가축을 버려야 하는 구제역의 체험, 이제는 옛이야기처럼 빛이 바랜 포경선의 기억 등이 동시다발로 임립(林立)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온갖 악조건을 넘어서 향토를 지키고 또 도회로부터의 귀농을 꿈꾸며, 농어촌에서 희망을 발굴하려 애쓰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는 너무도 많은 문학상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종류로 100개를 넘고, 상금도 쉽게 1억원, 5000만원, 3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외국에서는 없는 문학상의 인플레라고 할 형편인데, 이를 굳이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상의 고유성이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대다수의 문학상이 문학사에 업적을 남긴 시인이나 작가의 이름을 걸고 시행하는 것이며, 농어촌희망문학상처럼 그야말로 공공의 이익을 표제로 내세운 문학상은 매우 드물다.

문학작품의 궁극적 완성은, 그것이 독자에게 수용되어 일정한 반응을 유발하는 데까지라고 알고 있다. 이 문학상이 목표하는 바도 그와 같다 할 것이다. 참으로 좋은 작품이 선정되어 많은 사람에게 읽히게 될 때, 도농의 구분을 넘어서 우리 농어촌의 현실을 다시 돌이켜 보고 유소년 시절의 추억이 묻힌 고향을 되찾는 아름다운 반란들이 속출할 수 있겠다. 삶의 속도나 무게에 눌려서 오래 잊고 살았던, 작고 소박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옛일들을 현실 속으로 초청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리하여 문득 우리의 삶이 정신적으로 풍성한 잔치마당이 되는 그 유쾌한 반란을 겪어보면 어떨까.

소설 가운데 구제역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필자는 눈시울이 뜨거웠다. 우리 전통 사회에 있어 가축은 정말 가족과 같았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병과 죽음으로 인해 사는 차원이 달라지는 것을 막을 길이 있겠는가마는, 불현듯 생명환경농업을 통해 구제역을 극복할 길이 있다고 강조하던 어느 지자체의 군수가 떠올랐다. 자신을 ‘공룡군수’로 일컫는 경남 고성의 이학렬 군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친환경 축산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가축의 우리를 새롭게 설계하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수지타산을 맞추는 데는 또 다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필자가 그에게 왜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 이 중요한 경험과 정보를 내놓지 않았느냐고 힐난했더니, 그는 그냥 웃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웃음에 담긴 대답이었다. 대신에 그는 내년 3월 개최될 제3회 공룡세계엑스포에 빗물을 중심테마로 도입한다고 정성껏 설명했다. 환경 변화로 멸종된 공룡과 자연수 빗물의 가치를 연계하여,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로 캐치프레이즈를 정했다는 것이다. 우리 농어촌의 환경에 대한 객관적 인식 가운데 살아 있는 희망의 한 모습이 거기 있었다.

농어촌 지역 스스로의 자기 개발도 더없이 중요하다. 그 고성은 디지털 카메라와 시 쓰기를 결합한 ‘디카시’의 발원지요, 근자 아동문학인들에 의해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들어선 새로운 문학의 고장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애써 찾아내기만 하면 농어촌 사랑과 그 희망을 말하는 문학의 길은, 외롭지도 않고 멀리 있지도 않은 생활 속의 실천요강인 셈이다. 이 좋은 생각들이 물꼬를 트고 방향을 찾아서, 농어촌은 물론 각박하기 비할 데 없는 도시인들의 가슴을 함께 적시는 청량한 물길이 되었으면 한다.
2011-06-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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