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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한나라당의 당 대표 경선 비판/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한나라당의 당 대표 경선 비판/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 교수

입력 2011-06-25 00:00
업데이트 2011-06-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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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경선에 돌입했다. 어제 후보 등록마감 결과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경선에 7명이 출전했는데 이 중에서 최고득점자가 당 대표를 맡아 내년 총선을 치르고 대선을 준비하게 된다. 안상수 전 대표의 잔여 임기만 채우기 때문에 내년 7월에 임기 만료가 되지만 총선을 주관하게 되므로 정치적 책임이 막중하다. 한나라당이 지난 4월의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위기감이 있었으나 이번 경선의 시작을 보면 아직도 민심을 얻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아직도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특정 정당에 대한 애착보다 한나라당이 무너지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기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과연 한나라당을 살리는 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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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당 대표 경선 주자들이 거의 모두 경쟁적으로 좌파 성향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감세 철회, 등록금 인하, 복지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런 정책으로 과연 돌아선 유권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우파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집토끼도 잃고 산토끼도 잃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물가상승, 전세난,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경제적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당 대표 후보들은 이 정부가 출범할 때 약속했던 경제를 살리는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집권당이 최근 들어 민심을 얻는다는 핑계로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인심만 쓰는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무너져 내린다면 한나라당은 내년 선거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노인당’의 이미지가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고리타분한 정당”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한나라당에 참여하거나 지지하기를 주저한다. 이런 이미지를 타파하려면 영국 노동당의 환골탈태 전략을 본받아야 한다. 1990년대 영국의 노동당은 보수당의 장기 집권으로 인해 ‘만년 야당’의 위기를 맞아 당을 개혁하기 위해 노동당의 근간인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토니 블레어를 앞장세워 젊은이들을 당원으로 끌어들인 결과 18년 만인 1997년 집권에 성공했다. 한나라당도 나이 많은 분들은 병풍 역할을 하고 새로운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이번 당 대표 후보들의 권역별 비전 발표회에 후보들의 발언은 최소화하고 젊은 당원들에게 얘기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당의 이미지가 바뀌지 않겠지만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30대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되면 앞으로 40~50년 이상 이들이 한나라당의 정치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당 대표 후보들은 ‘캠프 민주주의’를 타파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핵심인 대선이 후보의 캠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각 정당은 유명무실해지고, 대선 후 당선자는 캠프 중심으로 인사를 하는 바람에 국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기적으로 자유로운 선거를 실시한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이지만 최근 들어 대선과 국정 운영이 정당 대신에 캠프 중심으로 이루어져 정당 민주주의는 표류하고 ‘캠프 민주주의’가 등장하게 됐다. 이를 타파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지금도 국정 운영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비난은 한나라당이 몽땅 덮어쓰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예비선거에 나온 대선 후보들이 캠프를 만들고 현역 상원·하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은 하지만 캠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사조직인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현역 의원이 캠프에 참여하는 바람에 당과 의회 운영이 계파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도 현역 의원이 캠프에 가담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당 대표 후보들이 ‘캠프 민주주의’로 타락한 우리의 정당정치를 살릴 수 있는 좋은 방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1-06-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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