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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정치개혁 없이 사회변혁 될까/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정치개혁 없이 사회변혁 될까/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입력 2011-06-30 00:00
업데이트 2011-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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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반성은 같이 가야 한다. 남에 대한 비판은 자신에 대한 반성이 전제될 때 진정성을 띠게 된다. 자신은 절대 옳고 남은 절대 그르다는 식의 비판이 신뢰를 자아낼 수 있겠는가.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복잡하게 얽히고 부딪쳐 선악 구분이 쉽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일방적 비판이 공감과 설득력을 얻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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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최근 들어 정치인들이 남에 대해 비판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여야 간, 계파 간, 자기들끼리 비난을 주고받는 해묵은 모습은 차치해도 정치권 밖의 사회집단들에 대해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을 기화로 대학을 거세게 비판하더니 이제는 대기업과 금융권을 신랄한 비판의 대상으로 몰고 있다. 공무원 집단도 정치인들의 비판 리스트에 단골로 이름을 올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 곳곳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개혁가처럼 거창한 수사(修辭)로 여러 집단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쪽저쪽에 대한 정치권의 날 선 비판엔 수긍할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워낙 대학이 많다 보니 문제투성이 대학도 나올 것이고, 생존 경쟁이 치열한 외부에서 볼 때는 대학운영상 허술하거나 불합리한 대목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대기업, 특히 재벌의 행태도 불경기 속에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보기에 따라 공분을 자아낼 여지가 충분하다. 금융권은 부실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부정부패의 온상이라고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전·현직 공직자의 부당한 이권 개입, 이익 취득, 수뢰사건을 볼 때 공직자 집단도 당연히 비판의 도마에 오를 만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에 진정한 힘이 실릴 수 있을까?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메시지의 설득력이 달라진다. 메신저 자신이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반성의 태도 없이 남을 야단치는 메시지를 던질 때 큰 공감을 자아낼 순 없다. 정치권이 신뢰도 조사에서 항상 꼴찌를 차지할 만큼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반성 없이 다른 집단을 맹비난한다면 사회적 공명을 자아낼 수 있겠는가. 더욱이 여러 정치인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이 정치권 전체로 퍼져 나가려는 시점에 정치권이 대외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면 그 동기의 순수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정치인들은 남 비난에 앞서 우선 자정(自淨)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적·윤리적 문제를 범한 의원에 대해선 제재 규정을 엄정히 적용하고 의정활동상 막말, 위법적 방해행위, 물리적 충돌, 아울러 태만을 삼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법에 있어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면이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 정당운영상의 온갖 병폐와 선거과정상의 고질적 구태를 어떻게 없앨지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말이 쉽지, 이러한 당위적 주문이 척척 이루어질리 없고 단기에 실제 효과를 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적어도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아니, 최소한 각종 문제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라도 보여야 한다. 정치개혁이란 꼭 제도 차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으로는 의식과 태도 차원의 문제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적 의식과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일 수 있다. 태도상의 정치개혁은 다른 집단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에 진정성을 부여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게 해줄 것이다. 대중은 과정상 성찰적 진지함을 보이는 정치인들에게서 일반적 신뢰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일부분씩 이루어지기 힘들다. 모든 부분이 연결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한 부분이 변한다면 파급적으로 다른 부분의 변화를 견인하기 용이하지만 한 부분은 가만있으면서 다른 부분만 변하길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개혁이 총체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변화, 자기반성 없는 남 비판은 오히려 조롱과 공허함만 남긴다. 광범위한 사회 변혁을 이루려면 정치지도자들이 먼저 변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내년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발(發) 집단 매도와 비난전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익히 예상되어 해본 생각이다.

2011-06-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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