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입력 2011-09-16 00:00
업데이트 2011-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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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니 정치와 언론이 안철수 바람에 매달리고 더 키우고 싶어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그동안의 정치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처럼의 흥미와 감동, 그리고 유익을 조금이라도 더 끌고 가고 싶은 심사가 작동한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심지어 대통령과 청와대까지도 유권자의 정서, 희망사항과는 한참 동떨어진 채 빗나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당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처럼 놀라고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그야말로 현실이고 조직이기 때문에 닷새간의 안철수 바람이 현실 정치에서 실제 정치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적 돌풍을 일으킨 그 짧은 기간에서조차 안 교수는 ‘간이 배 밖에 나왔다.’는 등의 험한 말을 들어야 했고 안 교수 스스로 ‘한나라당 응징’이라는 사실상 정치적 실언을 함으로써, 그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기존 정치인과 같은 처지에 빠져들 뻔했다. 그러나 최고의 관심과 인기를 누릴 때 떠나는 스타처럼, 안 교수는 안풍(安風)이 최고점에 다다를 때 홀연히 정치판에서 퇴장함으로써 최고의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신비감이라는 부수적인 과실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총선, 대선을 앞둔 정치판도가 안풍이 가라앉는다고 해서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극히 짧은 안철수 돌풍은 그간의 정치판의 속살을 거의 모조리 드러내 버리면서 현실정치가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몇 가지 정치적 교훈을 남기고 물러났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안풍 또는 다른 형태의 안풍이 언제든지 몰아닥칠 터이다.

첫째, 정치권력의 소통노력, 소통 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일침이다. 안철수 돌풍의 계기가 됐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정당들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보지만, 결국 투표 결과는 집권세력의 소통 부재에 대한 항의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상급식 정책 자체는 지자체 예산의 효율적 집행 측면에서 분명 포퓰리즘적인 속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과 야당이 이 문제를 정책이 아니라 정치 투표로 끌고 가면서 어느새 이미 집권세력과 시민과의 소통 문제가 이번 투표의 핵심이 돼 버렸다.

이번 투표 결과는 결국 여러 업적에도 불구하고 시민과의 소통에 문제를 드러낸 대통령과 집권 정당에 대한 집단적인 불만의 표현이었다. 소통의 문제는 야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안풍은 야당에 결코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고 있다. 소통 능력의 문제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의 주요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차기 대권 후보들의 공통된 특징은 들려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고, 그 스토리를 가지고 유권자와 소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안풍은 국정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대안 이슈에 대한 갈구를 암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집권정당이든 야당이든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국정 이슈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니 소통도 잘 안 된다. 4대강, 경제 살리기, 공정사회, 공생 등은 나름대로 취지는 좋지만 일방적이고 도식적이어서 관심과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철수 바람을 통해 뭔가 창의적이고 대안적인 국정이슈, 그리고 이슈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에 대한 갈구를 드러냈다. 차기 지도자가 되는 길은 창의적인 국정 이슈의 창출과 그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있다.

셋째, 안철수 바람을 일으킨 미디어가 무엇이었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풍은 신문 방송, 또는 독립적인 온라인 매체와 같은 소위 전통적인 언론매체에 의해서 불어 닥치지 않았다. 뉴스가 아니라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 등 소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또 온라인도, 오프라인 미디어도 아닌 ‘청춘 콘서트’와 같은 탈미디어 경로를 통해 안철수 교수는 어느새 스타 정치인이 됐다. 안풍은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매체에도 변화와 창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11-09-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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