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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주택담보대출 구제할 필요 있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주택담보대출 구제할 필요 있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입력 2012-04-24 00:00
업데이트 2012-04-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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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집을 사면 돈을 번다고 오랫동안 가정했다. 경제는 성장했고 인구는 증가했다. 땅은 부족했고 물가는 올랐다. 집을 사서 한껏 누린 다음 이익 보고 팔 수 있었다. 집 살 돈이 부족하면 융자로 보충했다가 분할상환하거나 팔 때 떠넘겼다. 다음 사람도 대략 마찬가지로 생각했기에 집은 언제나 손해 보지 않고 팔 수 있었다. 대출이자는 월세 내고 산 것으로 치면 됐다. 집을 사는 것은 서민이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유효적절한 수단이었다. 집을 사는 것은 국가도 장려했다. 금융상 지원은 물론이고 직접 현금을 주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의 소득공제가 그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로 정당화되는 혜택이다. 사람들이 집을 사기 위해 저축을 할 것이니 경제성장에 유익하다. 또 건설투자는 경기를 선도한다. 서민이 집을 사면 세입자들보다는 집에 또 지역사회에 더 투자할 것이다. 집값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는 가정은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더 이상 집이 부족하지 않다. 인구가 증가할 전망도 없다.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비싼 교육비로 징벌하는 체제에서 말로는 아무리 장려한다고 해도 출산이 늘기 어렵다. 이민을 수용하는 현실적 대안도 추세를 뒤집기에는 부족하다. 경제가 세계시장에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도 없다. 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깨닫지 못하던 집값이 내린다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경기 후퇴와 집값 하락의 피해는 서민들에게 집중된다. 소득은 제자리이거나 줄었다. 비싼 값에 사 줄 사람이 없으니 금융기관은 돈을 더 빌려 주지 않고 오히려 상환을 요구한다. 이자라도 내고 버티려면 이제는 이율이 높은 신용대출을 써야 한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은행에서는 거절하니 제2금융권을 찾고 그 다음에는 고금리 사채까지 쓰게 된다. 이것은 다시 담보대출의 상환 능력을 저해하고 결국 가계는 속칭 돌려막기의 악순환을 거쳐 파산에 이르게 되고 집은 경매 처분된다.

은행도 손해를 본다. 도처에서 경매가 진행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개별 은행은 늦기 전에 경쟁적으로 대출 회수에 나서고 이것은 다시 집값을 내린다. 이쯤 되면 재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담보권자인 은행이 본다. 위험 부담이라는 경제적·실질적 의미에서의 소유가 은행으로 이전된다. 등기부상의 소유자는 실질적 소유자인 은행을 위해 집을 지켜 주는 사람이 된다. 채무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로 주택담보대출의 상환조건을 완화해 주는 것은 쌍방에게 이익을 준다. 채무자는 ‘깡통’에 불과하지만 자기 집을 지킬 수 있다. 반면 은행은 경매에 넘겼을 때보다는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서로가 윈윈하는 이러한 거래도 개별 주체의 의사 결정에 맡겨서는 이뤄지기 힘들다. 다중채무자의 특성상 이해관계자가 여럿이고, 이들이 타인을 신뢰하고 배려하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엇인가 해야 할 때다. 공적인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단기 위주인 주택담보대출을 중장기로 바꿔 주는 등 가계대출 문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직 부총리도 며칠 전 말했다.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는 논의가 이곳저곳에서 나온 지 몇 년인데 거의 처음 들어 보는 옳은 말씀이다. 차제에 미국이나 일본에서처럼 개인회생제도에 주택담보대출의 상환을 포함시켜 중산층과 서민에게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집을 지고 가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사회보험을 도입한 비스마르크는 연금이 있는 노동자는 다루기 쉽다고 변명했다. 월세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깡통’ 빌라를 열심히 수선하면서 할부 중고차라도 몰고 다니며 1년에 한두 번 휴가를 가는 무늬만 중산층에게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열심히 빚 갚고 길거리로 나앉은 사람은 무엇이냐는 비판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강도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으니 모두 평등하게 피해를 당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미국·일본의 조치와 법제를 모방할 처지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모두 세계시장과의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2012-04-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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