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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학제간 혹은 초학제간 연구의 활성화/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학제간 혹은 초학제간 연구의 활성화/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입력 2012-09-01 00:00
업데이트 2012-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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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최근 우리 학계는 통섭과 융합이란 말로 학제 간 혹은 초학제 간 연구 방법을 숙의하고 있다. 물론 통섭이라든가 융합이라든가, 학제 간이라든가 초학제 간이라든가 하는 하나하나의 용어가 지닌 함의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전공의 좁은 범위에서 자족하는 연구가 아니라 전공분야를 뛰어넘는 연구 속에서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또 각 분야의 연구방법을 심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은 비슷하다.

얼마 전에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BK21 사업팀이 문화콘텐츠 총서를 간행한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문분야 학제 간 연구의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3권은 ‘제화시-인문정신의 문화적 가치’라는 제목인데, 이것은 2007년 2월 세미나를 통해 얻어진 연구 결과물이다. 참여 연구자들은 조선시대 그림 속에 나오는 제화시(題畵詩)를 주제로 글을 모아 그 시대 선비들의 마음과 정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또 한림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각각 다른 연구팀이 근대 지식 개념의 형성과 역사적 변화에 대해 연구한 것도 상당히 주목할 만한 업적이라고 본다.

사실 그동안 각 대학의 BK21사업은 학제 간 소통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대개의 사업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끝나는 듯한데, 그 득실에 대해서는 연구자마다 할 말이 많으리라.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전공만이 아니라 타 전공으로 시선을 확대할 좋은 기회가 되었을 듯하다. 필자 또한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문학을 재해석하게 되었으며, 기초논리학의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초학제 간 연구 방면에서는 올해에 고등과학원이 초학제독립연구단을 결성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단은 사유 패러다임의 문화적 차이와 학문의 방법에 대해 논의하면서 학문 융합의 방법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2회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여러 연구자의 말씀을 청취하면서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이 연구단이 사물의 분류와 지식의 탄생, 동서양의 시공간 인식 태도 등등 여러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 나가길 기대한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개별 연구들이 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편, 그것이 거꾸로 개별 분야의 연구를 심화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리라고 믿는다.

2년 전 일본의 메이지 대학에 객원교수로 있을 때 대학원 전담 과목 이외에 두 개의 대학원 학제 간 연구 과목에 참여한 적이 있다. 과목의 이름은 ‘문화계승학’과 ‘종합사학’이었다. 그 두 과목은 일본문학, 일본사학(특히 고문서학), 중국사학, 고고학, 민속학 분야의 전공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자신들의 연구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기왓장의 문양, 탑신의 형태, 일본 고문서, 일본 신화론 따위가 나와 무슨 관계가 있으랴 생각했지만 차츰 많은 흥미가 일었다. 더구나 하나의 문물, 문서 혹은 문자표기체계가 어떻게 전파되고 변용되었는지를 연구하는 방법론은 내 분야에서 지식 담론의 생성과 유통을 분석하는데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우리 대학교에는 아직 학제 간 통합 과목이 개설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문과대학 내에 문이회(文以會)라는 교수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신간을 준비 중이거나 출판한 연구자가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질의하여 연구주제를 예각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공이 다를 경우 용어도 방법도 모두 생소하지만, 문과대학의 여러 학문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담론들이 이 모임에서 이루어진다. 게다가 학교 차원에서는 학문소통위원회가 정기적인 학술회의를 개최하여 학문의 소통과 융합에 관해 학내외의 다양한 연구자들로부터 고견을 청취하고 있다.

대단위 연구 사업, 대학 내 학문소통의 모임, 대학을 넘어선 초학제 간 심포지엄 등이 우리 학문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공동 연구나 통합 연구가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되기를 기대하고, 또 정부의 유효한 지원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2012-09-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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