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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 대한민국이 주도하자/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 대한민국이 주도하자/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2-09-24 00:00
업데이트 2012-09-2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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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이버 공간에 유포된 ‘무슬림의 순진함’이라는 영화 예고편이 급기야 아랍권의 대규모 반미 시위를 촉발시키고 말았다. 지난주부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미 시위는 이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넘어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위의 수준을 넘어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를 비롯한 미국인 4명이 희생되는 유혈 폭력사태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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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까지 우리는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으로 타인의 명예훼손이나 재산적 손실 또는 지적재산권의 침해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제로 인명이 희생되고 유혈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영토 내에서 그 나라의 국민정서나 정책 판단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로 인해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영화 예고편을 차단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규제 장치가 없다. 반면 이슬람 국가는 종교를 비판 또는 비하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이며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이슬람 국가 간의 국민정서나 정책방향이 이처럼 서로 다른 것이 현실 세계인 오프라인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자국의 법제도를 집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은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지 않은 패러디 수준의 동영상이지만 이슬람 국가에서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사태를 수습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인지 그저 난감할 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질서를 규율할 수 있는 국제규범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60여개 국가의 각료, 국제기구 및 기관, 정보기술(IT) 기업 간부, 학자, NGO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급증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책과 인터넷이 제공하는 이익의 보호 대책을 논의하는 사이버 공간국제회의가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 대한 자유와 통제에 대해 각국의 시각 차이가 워낙 커국제규범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제규범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 문화, 사회적 현상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 간 기술 격차도 커 국제규범의 형성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은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국제규범의 형성 문제가 선택이 아닌 당위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규범 형성을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며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격과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을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역할을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다음 달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제2차 사이버 공간 국제회의가 열린다. 그리고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제3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가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우리나라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는 사이버 공간 규범을 정립하고 전문 인력의 역량 강화와 관련 연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할 때마다 그만큼 우리의 사이버 영토가 넓어질 수 있다. 그 옛날 광개토대왕처럼 광활한 영토를 물리적으로 개척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가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형성을 주도해 우리의 사이버 영토를 넓혀 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부터 정부와 관련 기관 및 종사자들은 이에 대해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역량을 결집해서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제3차 사이버 공간 국제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정립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2-09-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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