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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대선 후보들의 ‘힐링’ 시대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대선 후보들의 ‘힐링’ 시대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입력 2012-09-26 00:00
업데이트 2012-09-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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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그시대의 소명, 즉 시대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규범적 기대를 담은 얘기이긴 하지만 민주화 이후 우리 대선 결과를 보면 시대정신과 당선자들과의 관련성이 제법 있어 보인다. 오랜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문민정부를 연 김영삼 대통령,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대통령, 탈권위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 경제 살리기의 기대를 모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하다. 물론 이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의 유혹과 함정에서 빠져 국민과 소통하는 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전근대적인 측근 비리에 걸려들어 불행한 임기말을 맞아야 했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표출된 유권자들의 기대와 의지의 집합체가 시대정신으로 모아져 시대정신에 가장 걸맞은 후보를 선출하고, 그것이 다음 선거로 면면히 이어지면서 나름의 정치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 18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여 당선될 후보는 누구일까.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비전이나 공약들은 우리 사회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지금 대선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화두들은 경제민주화, 복지, 민생, 일자리 창출, 정의, 역사 인식, 통합, 소통 등이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행과 불운 그리고 부당하게 처지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계급, 계층보다는 개개인)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하고 성숙한 자세와 연결되어 있다. 강함보다는 부드러움, 강한 추진력보다는 따뜻한 카리스마, 말하기보다는 들어줌, 분열보다는 화합, 자랑보다는 겸손, 남성적인 것보다는 여성적인 것이 부각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공감과 힐링이 대세이고 시대정신인 셈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후보 세 명의 목소리가 부드러운 낮은 톤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대선의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강하고 날카로운 톤과 비교가 된다. 세 명의 후보는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스스로 고통을 당하거나 또는 다른 이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 주는 일들을 유난히 많이 해 왔다. 세 후보 모두 무엇을 추진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병마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힐링’의 시대정신을 가지고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나름대로 유익하고 즐거운 선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우리 사회의 잘 고쳐지지 않는 차별적 사회문화를 기적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과 버금가는 것이다. 여성 대통령 특유의 소외된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치유능력도 기대된다. 또 박 후보의 내면 성찰과 반성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진심어린 치유의 기회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갈등과 반목 끝에 미완으로 남긴 민주주의 실험을 완결시킴으로써 민주 진영의 실망과 좌절의 상처를 치유할 소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경제 발전을 사회문화적 정신과 가치 수준이 못 따라가는 사회문화적 지체 현상을 겪고 있다. 문 후보를 통해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인권 존중, 약자 배려, 경청과 관용, 언론 자유와 같은 성숙한 민주주의 가치 실현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제도권 정치에 대한 좌절과 환멸 그리고 무기력감 등을 치유하고 시민들에게 정치적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세대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생각들을 가지고 시민들과 소통함으로써 시민들의 의식과 가치관, 생각의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치유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안 후보의 당선은 의식혁명을 통한 정치 개혁, 경제 민주화의 달성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 변화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대선 후보의 시대적 지향점은 권력을 탐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경계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겸손한 대통령을 추구해야 할 일이다. 권력을 탐하는 자는 망하고 권력을 치유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

2012-09-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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