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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순응의 변화와 주이불비(周而不比)/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순응의 변화와 주이불비(周而不比)/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입력 2012-10-23 00:00
업데이트 2012-10-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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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화란 자연적 측면에서 보면 사물의 성질이나 모양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지구상의 인간세계에서는 문명과 문화의 지속적인 내부적 갈등이 거부와 순응을 통해서 총체적으로 기운의 손 바뀜이 이동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가끔씩 변화의 모습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역행하는 시행착오도 있지만 길게 보면 모두가 이로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변화는 살아남기 위하여 반드시 이롭고 개선된 방향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점진적으로 시간을 거쳐 적응하는 진화의 개념과 구별된다. 순응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다듬고 보완해서 각자의 이견을 공존의 바구니에 담아 가는 합의적 선택의 반복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는 지구라는 행성의 큰 틀에서 보면 자연이든 인간이든 저마다 갖고 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바꾸어 자신을 외부조건에 적합하게 대응시킬 것인지를 고심하는 일련의 역할 정립에 해당한다. 누구든 민첩하고 유연한 사고로 주변상황을 깊이 살펴 나아가고 물러남이 분명하고 상대방에게 다가갈 열린 태도를 준비할 수 있다면 모든 이의 에너지를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는 변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변화는 종착역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여행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부딪쳐 극복해야 한다면 물질과 욕망을 균형 있게 다스려 나가야 한다. 욕망만을 키워간다면 변화하는 세상의 낙오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변화의 과녁은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사람에게만 허용된다. 과거에 매달리고 자기만의 이익에 집착하는 마음은 굽은 화살과 같아서 과녁을 올바르게 맞힐 수 없다. 변화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일단 너그러움으로 상대방을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하는 마음은 탁한 기운으로 마음을 바꿔 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탁한 기운을 걷어냄으로써 자기와 외부적 환경을 치우침이 없는 관계로 모색해 나가는 변화를 주관하는 자세를 일컫는다. 변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서 보다 나은 삶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최적의 공약수를 찾아가는 협력의 결과이므로 은밀한 야합은 비난의 대상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주이불비(周而不比)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두루 친하게 사귀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편을 갈라 무리를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는 사람마다 빈부귀천 그리고 배움의 깊이가 다를지라도 자기마음에 충실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공평한 어짊(仁)의 근본을 갖고 있는 한 편파적인 감정의 질곡 없이 널리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이것이 변화를 읽고 자기를 발전시킨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고 행동하기 때문에 소수의 집단들끼리 야합을 통해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패거리나 붕당을 만든 다음 목숨을 건 이전투구를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순리에 맞게 흘러가야 하는 변화의 물결을 일시적으로 담합에 의하여 막아 보겠다지만 궁극에 있어서는 거대한 저항의 기운에 봇물이 터지는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재벌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이다. 손해가 지속된다면 문을 닫아야 하므로 베푸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선사업과 다르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재벌의 누적된 재화가 국가와 소비자를 통해 축재된 만큼 부분적으로 사회적 가치로 환원시킬 때가 도래했으니 실행에 옮겨 달라는 주문이다. 이러한 저항은 반대와 거부의 개념보다는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기업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해 달라는 바람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제는 재벌들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동참하여 변화하는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다수 국민의 감정은 더 이상 더불어 같이 갈 수 없다는 기운이 한층 높아질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가짐에 대한 특권에 매달리지 말고 마음의 문을 열고 바뀐 모습으로 미래를 열어가야만 발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12-10-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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