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거리 로켓 발사, 김정은 체제 1년의 결산/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장거리 로켓 발사, 김정은 체제 1년의 결산/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12-12-14 00:00
업데이트 2012-12-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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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끝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 다각도의 저지 노력 속에 기술적 결함 운운하며 발사 시한 연장을 발표하고는 돌연 기습 발사를 강행했다. 평양은 로켓에 실린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에 맞춰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축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등 빤히 불이익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발사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성국가 진입을 선언하기 위한 상징적 성과물이 필요해서, 또는 김정은 리더십을 과시하거나 군부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석의 공통점은 김정은 체제 1년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2009년에 후계자로 내정됐다지만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 체제의 출범은 급작스러운 사건이었다. 유일지배체제의 속성상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정치권력이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으나 20대 약관의 나이가 상징하는 연륜과 경험의 부족, 짧은 후계 구축 기간, 3대 세습에 대한 거부감 등은 늘 김정은 체제의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김정은으로서는 출범 초기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면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 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김정은 체제가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통치 행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따른 내부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권부의 핵심세력을 빠른 속도로 개편함과 동시에 일반주민들에게 새로운 지도자로서 안정감과 친근감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점으로 정리된다. 특히 김정은 통치의 핵심은 유훈통치를 내세워 정책기조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정책의 변화는 최소화함으로써 김정일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안전한’ 정치를 추구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행태는 경제사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내각과 군에 분산시키는 조치에서도 발견된다. 북한이 김정은의 경제분야 현지지도와 맞물려 최영림 총리와 최룡해 총참모장의 현지요해 활동을 언론을 통해 선전하고 있는 사실은 경제적 문제 해결에 대한 김정은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군부와 내각의 대대적 인사 개편을 통해 인적 통치기반을 과감하게 구축함으로써 권력의 핵심세력을 자신의 색깔로 재구성한 점도 지난 1년 김정은 통치의 핵심으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다. 김정일의 영구차를 호위했던 군부의 핵심인사 4명을 경질했고, 내각에서도 7명의 상(장관)을 교체했다. 이런 물갈이 작업은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에 의해 주도됐고, 이들이 실질적인 실세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기보다는 김정은 대신 악역을 맡은 것으로 보는 게 적확할 듯하다.

김정은 통치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도자로서의 안정감과 친근감을 보여줌으로써 경력이 미천한 어린 지도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외모를 강조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에 부인을 대동함으로써 어른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반주민들을 아끼는 ‘어버이 상(像)’을 주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락시설을 틈틈이 찾는가 하면 일반 가정집이나 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격의 없이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민 달래기 행보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통치 1년의 성적표는 그리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2012년을 강성국가 진입의 해로 삼았음에도 경제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일반 주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게다가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기득권을 빼앗긴 선대의 권력들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세력으로 자리해 있다.

결국 김정은으로서는 이런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집권 원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했고, 그것이 장거리 로켓 발사였다고 여겨진다. 남한의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 적기라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쩌면 김정은은 보란 듯이 ‘축포’를 쏘아 올린 김에 또 다른 한방,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2-12-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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