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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신발 안 돌멩이’보다 더 중요한 것/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신발 안 돌멩이’보다 더 중요한 것/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3-02-01 00:00
업데이트 2013-02-0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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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성장과 복지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보면 국민의 56%는 경제성장에, 36%는 복지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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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그런데 연령별 내용을 보면 40대 이상은 경제성장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지만, 20~30대는 복지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특히 세금을 올려서라도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20대에서 매우 높은 반면, 50대 이상은 세금을 늘릴 바에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나이가 들수록 복지수준이 높아지기를 원하고, 젊었을 때는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해야 더 많은 일자리와 소득이 가능하므로 경제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은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오랫동안 세금을 납부해온 세대는 오히려 더 일할 의지를 보이지만, 세금을 내본 적이 없거나 낸 기간이 짧은 젊은 세대들은 국가로부터 혜택만을 더 원하는, 조금은 불편한 진실이다.

젊은 세대의 화두가 역동성이 아니라 편하게 안주하는 것으로 기울어진 것은 우리 사회가 성장과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과도하게 정치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곧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경제 청사진’의 가장 큰 틀은 이 둘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융화시키느냐가 핵심이 돼야 한다. 성장 없이 복지를 누리기는 어렵고 기본적 복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둘은 같이 가는 것이지 한쪽을 택하면 다른 쪽은 버려야 하는 카드가 아니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연일 발표되는 당선인과 인수위의 경제정책을 보고 있자면 앞으로 5년 동안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큰 틀과 방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 단계에서는 밖으로 요동치는 세계 경제의 바다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그 역할과 목표를 위해 차례로 세부적인 방향과 전략이 등장해서 전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달성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큰 틀의 방향과 구조는 보이지 않고 너무 지엽적인 내용만 언급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유세기간 동안 난무했던 각종 공약을 국민에게 지키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의도가 진실했다는 것을 보이는 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 볼 일이다. 이기거나 지는 양자택일만 가능한, 절체절명의 선택은 지나갔다. 이젠 운영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단계인데 같은 전략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각론은 상황에 맞게 나은 결과를 위해 변경해서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청사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각론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수위가 제시하는 세세한 정책은 자칫하면 구성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인수위원 몇 사람이 광범위한 정부업무를 몇 시간 분량의 요약된 보고만으로 꿰뚫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에만 기초한 정책을 성급하게 발표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 전체를 간과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보다 50%나 늘어난 소상공인 진흥계정에 이어 10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지원금,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의 국민행복기금 18조원 등 주인 없는 돈이 각종 기금이라는 이름을 달고 조성된다고 한다. 과거 농어촌에 대한 각종 지원이 유사 농민과 유사 어민을 양산하면서 농어촌을 빚더미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일이다.

중복적이고 무조건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함으로써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벌써부터 중소기업 지원 자금에 대한 주도권 싸움만 가열되고 있다. 가계부채 탕감 기금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힘들게 빚을 갚아온 계층에게 허탈감만 안겨줄 뿐이다. 먼 길을 가는데 신발 안의 돌멩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길이 포장되지 않은 돌길이라면 신발 안의 돌멩이는 빼내도 계속 들어온다.

2013-02-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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