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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저널리즘,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하라/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저널리즘,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하라/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입력 2013-04-02 00:00
업데이트 201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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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언론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신문 구독률은 1996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1년 구독률(24.8%)은 전년 대비 5.2% 포인트 하락했다(2012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구독률만 준 게 아니다. 한 주일 동안 신문기사 1건 이상을 읽은 독자는 44.6%에 그쳤다. 신문 열독률이 50% 미만을 기록한 것은 1984년 이래 처음이다. 신문산업의 위기는 그만큼 심각하다.

언론인들은 위기의 원인을 신문사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신문매체의 경쟁력이 줄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인식은 일견 타당할 수 있다. 가령,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된 1990년대 중반 이래 신문 구독률은 하향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적 귀인론자들은 기사의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낚시성 기사’를 제공하고, ‘박시후 사건’이나 ‘별장 접대’와 같은 성추문에 높은 뉴스 가치를 부여한다. 때로는 텔레비전 뉴스 시장에 눈독을 들인다. 하지만 뉴스의 연성화와 이종매체 진출은 시장 개척은커녕 저널리즘의 위기를 앞당기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저널리즘 연구자들은 신문 위기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신문의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한다. 종이신문 독자와 스마트폰 이용자까지도 신문의 공정성 수준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보다 낮다고 평가할 지경이다.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견해를 만날 수 있는 마당이 되지 못하는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정치적 현실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의 발언만을 토대로 뉴스를 생산하는 경향이 일반화되었다. 정치적 쟁점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는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부호로 전하고 이를 기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해석한다. 정치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 모색에는 관심이 없다. 이러한 뉴스 생산 관행은 우리 사회의 분열적 정치 풍토를 확대재생산할 뿐이다.

2012년 언론산업 실태조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취합한 정기간행물은 3026개였다. 정상으로 영업 중인 신문은 2776개였는데 인터넷신문이 1338개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주간지 1256개, 일간신문이 182개였다. 종사하는 인력은 총 3만 6344명이고 기자직은 59.1%인 2만 1482명이었다. 전년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신문의 수는 14%(371개), 전체 종사자는 4.8%(1665명), 기자는 8.7%(1726명) 증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많은 매체로부터 양산되는 엄청난 양의 뉴스로 인해 이전에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은 더 넓어졌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치사회 이슈에 관한 뉴스를 얻는 과정에서 수용자들의 뉴스매체 선호도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확산은 기존에 선호하던 매체 의존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온라인뉴스 소비 행태 또한 메뉴에 따라 움직이듯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뉴스 소비 행태가 지속된다면 신문이 사회적 결속 강화에 기여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신문의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은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핵심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저널리즘이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제도적 기구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은 유권자로 하여금 정치에 참여토록 돕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독 보도’ 혹은 ‘특종 보도’를 좇는 부적절한 관행에서 벗어나 사회 이슈에 대해 다른 이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논의의 마당을 제공해야 한다. 실제 많은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가족 혹은 주변 사람과 정치 이야기를 자주 나누거나 온라인상에서 다른 이의 의견을 탐색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는 유권자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다. 저널리즘은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해야 한다. 기자의 주관적 판단은 최대한 배제하고 시민의 관점과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요즘 신문들은 대통령과 정부의 소통 부재를 한목소리로 질타한다. 시민들은 언론에도 소통 부재의 책임을 묻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2013-04-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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