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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이런 FTA는 어떨까요?/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열린세상] 이런 FTA는 어떨까요?/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입력 2013-04-17 00:00
업데이트 201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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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얼마 전 필자는 모처럼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무려 40년 넘게 함께한 ‘죽마고우’들이다 보니 마치 관포지교의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처럼 눈빛만 봐도 척척 통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은 그 어떤 사이보다도 돈독하다. 밥값을 계산할 때면 한바탕 유쾌한 실랑이가 벌어지곤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립고 무엇이든 함께 하고픈 죽마고우들이다. 개중에는 더욱 각별하게 여겨지는 친구들이 있는데, 오히려 어릴 적부터 유난히 티격태격했던 친구들이 그러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와 오랜 기간 동안 옥신각신해 온 중국과 일본도 우리의 ‘죽마고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10여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협상이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중·일 FTA가 성사되면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은 세계 3위의 거대시장이 창출되고, 그 규모는 세계 GDP의 19.6%, 14조 3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FTA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같은 최종재 시장에 대해 관세 등 장애 요인을 줄여 나가거나 없애는 무역협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최종재 시장은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 그리고 대량 생산 등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데, 이러한 단계가 진행될수록 경쟁 강도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FTA가 경쟁이 가장 첨예한 마지막 단계에서 추진되다 보니, 국가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협상이 중단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경쟁 전 단계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가 형성된다면 어떨까. 처음부터 신제품을 함께 개발하고 함께 만들어 낸다면, 아마도 그 뒷단계에 진행되는 FTA 협상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의미에서 자유무역협정을 뜻하는 ‘FTA’(Free Trade Agreement) 대신에 ‘멋들어진 기술 의형제’라는 개념의 FTA(Fabulous Technology Alliance)를 제안하고자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글로벌 협력은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과학기술혁신 성과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과학기술의 국제화를 지목하는 한편, 여전히 외국 과학기술자에 대한 폐쇄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혈연, 지연, 학연으로 끈끈히 묶여 있는 나라도 드물다.

하지만 혈연과 지연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반면, 학연은 사정이 다르다. 의도적으로 학연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한·중·일 공학도가 서울, 베이징과 도쿄에서 몇 달간 순차적으로 머무르면서 3국의 최고 전문가로부터 공동교육을 받고 함께 졸업하는 ‘한·중·일 공동 학위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한·중·일 동기동창이라는 학연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3국의 동창생들이 공동으로 기술창업한 벤처기업에 3국 정부가 공동 펀딩하는 ‘한·중·일 공동창업 사관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이러한 학연은 글로벌시장에 정착하고 확산될 것이다. 실제로 EU는 1990년에 영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공동 박사학위 프로그램인 ‘유네틱’(EUNETIC)을 개설했으며, 이후 다양한 분야로 확대돼 진행되고 있다.

최근 창조경제의 핵심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다. 그 본질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창의력과 기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유럽공동체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모네는 유럽공동체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사람 없이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제도 없이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한 바 있다. OECD도 국가 혁신 주체들을 글로벌 지식네트워크에 편입시키고, 연구자들의 이동성과 국제공동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100년’이 아닌 ‘미래 100년’을 위해 한·중·일 3국의 젊은이들이 ‘죽마고우’가 될 수 있도록 ‘멋들어진 기술 의형제’를 맺어주는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해 보면 어떨까.

2013-04-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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