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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지하경제 양성화의 명암/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하경제 양성화의 명암/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3-04-25 00:00
업데이트 2013-04-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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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하경제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자료 수집이 곤란하거나 정부에 보고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이에 따라 세금 부과에서 벗어난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이처럼 지하경제는 신고되지 않은 재화나 용역의 합법적 생산, 불법적인 재화나 용역의 생산, 은폐된 현물소득 등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범죄와 마약, 매춘, 도박, 화이트 칼라 범죄, 불법 노동, 비자금 등이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그 규모가 대략 국내총생산(GDP)의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들의 경우 15% 이내인 것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우리의 지하경제가 상대적으로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은 소득원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하경제를 방치하면 이미 노출된 세원의 세율 증가가 초래되어 지하경제가 확장되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지하경제 규모를 줄여 나가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근본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새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은 이러한 근본 취지보다는 당장 양산되는 복지정책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새롭게 추징해서 보전해야 하는 세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무리를 해서라도 조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발표에 의하면 ‘국민 모두가 탈세 혐의가 크다고 공감하는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 침해, 역외 탈세 등 4개 분야에 세무조사를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조사 대상 법인도 연 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국한하고 1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은 세무조사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한다고 한다. 금융종합소득과세가 강화되고 부부 간, 부모자식 간의 증여에 대한 조사의 강도가 높아질 예정이다.

국세청은 500명 이상의 인원을 서울청과 중부청에 추가로 투입하여 철저하게 탈루 소득을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무가 과중되면 과연 제대로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주어진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무차별하게 세무조사가 진행될 경우, 오히려 조세 저항이라는 역풍이 거세질 수도 있다. 세무조사를 통한 탈루와 체납 세액에 대한 추징세액은 세수총액의 3%를 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한계가 존재한다.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순기능이 역기능을 압도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은 낮아지게 되고 정책적인 리스크만 커져 경제활동이 오히려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웃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거센 바람과 폭풍우보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처럼 지하경제 양성화는 투명한 거래와 성실한 납부를 유도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주로 현금거래를 하는 서비스 자영업에 대한 감독은 더욱 철저히 하고 만약 탈세가 드러나면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조세 탈루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크게 해야 한다. 강압적이고 대대적인 세무조사만으로는 옷깃만 더 여미게 만들고 조세 회피 수단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와 지하경제가 오히려 활성화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떨 때 세금을 회피하고 싶어지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근로 의욕이 감퇴하고 세금도 납부하기 싫어진다. 경제가 나빠서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세금 납부가 아깝게 느껴질 것이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일수록 비제도권의 고용이 늘고 이것은 모두 탈세로 이어진다. 세원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비중이 계속 늘어난다면 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5년 안에 몇십조원을 추징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장기적으로 자진납세를 유도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이용하고, 경기 회복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면 지하경제 규모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2013-04-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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