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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왜 지금 이순신을 갈구하는가/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열린세상] 왜 지금 이순신을 갈구하는가/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2014-08-07 00:00
업데이트 2014-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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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영화 ‘명량’이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순신을 갈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순신은 선조 9년(1576) 32세 때에 무과의 병과에 급제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이순신의 벼슬은 변변치 못했다. 원칙을 중시한 그는 권력 실세들과 척을 졌다.

그는 무과에 오른 지 10여년이 넘도록 승진을 못 하다 비로소 정읍 현감이 되었다. 이순신은 죽마고우 유성룡의 천거로 임진왜란 한 해 전에 ‘전라좌수사’가 되었다. 왜적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남을 지키는 최전선에 그가 배치된 것이다.

조선 건국 200년이 되는 1592년(임진년) 4월 13일에 왜병이 국경을 침범해 부산포를 함락시켰다. 7년에 걸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4월 30일 새벽에 선조는 서울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경복궁 앞을 지날 때 길거리에서 백성들이 울부짖었다.

남대문 안 큰 창고에서 불이 일어나 연기와 불꽃이 공중에 치솟았다. 궁인들은 물건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큰소리로 울면서 따라갔다. 밭에 있던 백성들이 “국가가 우리를 버리고 떠나니, 우리와 같은 무리들은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합니까?”라며 통곡했다.

이때 이순신이 역사에 등장했다. 파죽지세로 조선을 유린하던 일본군은 이순신에게 속수무책으로 난파당했다.

이순신은 일본군에게 단 한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군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일본은 이순신 제거를 위해 이중간첩을 활용했고, 권위가 땅에 떨어진 선조는 백성들의 추앙을 받는 그를 용납하기 어려웠다. 국왕은 이순신을 역적죄, 국가 반역죄로 몰았다. 선조의 전교다.

“이렇게 많은 죄가 있으면 용서할 수 없는 법이어서 마땅히 율에 따라 죽여야 할 것이다.” - ‘선조실록’ 30년(1597) 3월 13일

1597년 7월 15일 수군통제사 겸 전라 좌수사인 원균은 칠천량 해전에서 참패를 당하고 전사했다. 이순신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지 5개월 만에 조선 수군은 이렇게 궤멸했다. 절체절명에 처한 선조는 7월 22일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했다. 그러나 선조는 수군을 철폐하고 이순신을 육군으로 임명한다는 유지를 내렸다. 이순신은 국왕에게 회신 장계를 올렸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으니, 사력을 다해 싸우면 적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중략). 설령 전선 수가 적다 해도 미신(微臣)이 아직 죽지 않았으니 적이 감히 모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 ‘이충무공 행록’

이순신의 충(忠)과 의(義)는 나라와 백성에 대한 충이요, 의였다. 백성들은 스스로 의병이 되어 목숨을 던졌다.

1597년 9월 16일 이순신은 명량에서 12척의 전선으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함몰시켰다. 조선은 빼앗긴 제해권을 회복했고, 일본군은 수륙병진 전략을 폐기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으고 약속하되,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곧 살고, 살려고 하면 곧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고 하였고, 또 이르되,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1000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모두 오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 ‘난중일기’ 1597년 9월 15일

이순신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병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배 위에 있는 군사들이 서로 돌아보며 겁에 질려 있기로 나는 부드럽게 타이르며, “적이 비록 1000척이라도 감히 곧바로 우리 배에는 덤벼들지 못할 것이니, 조금도 동요 말고 사력을 다해 적을 쏘아라”고 했다.” - ‘난중일기’ 1597년 9월 16일 (이순신 지음, 김중일·윤광원 역주)

지금 마음을 다친 많은 이들이 이순신을 갈망하고 있다. 마음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불안과 걱정으로 마음의 중심을 잃은 이들에게 이순신은 “죽으려 하면 곧 산다. 두려워 말라.”고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2014-08-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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