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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다시 꿈꾸는 제조업 르네상스/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다시 꿈꾸는 제조업 르네상스/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입력 2015-04-30 17:52
업데이트 2015-04-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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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고전 삼국지에는 ‘목우유마’(木牛流馬)에 얽힌 고사가 나온다. 위나라와 전투를 치르던 촉나라의 제갈량이 전쟁에 필요한 군량미를 손쉽게 나를 수 있도록 목우(木牛)와 유마(流馬)라는 수레 형태의 기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촉나라는 비록 위나라나 오나라에 비해 군사 규모는 적었지만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만한 기계와 도구를 만들어 생활과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기계, 혹은 제조업 하면 사실 우리나라도 옛 촉나라 못지않은 지혜를 발휘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천연자원이나 인구, 국토 면적 등 객관적 조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분명히 열세지만, 뛰어난 인재들이 1970~80년대 제조업 혁신에 열심히 매달린 덕분에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기준 50.2%로 절반을 차지한다. 국내 전체 부가가치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0.6% 수준으로 높다. 이처럼 제조업은 우리 경제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해 왔으며,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에도 최근에는 위기설이 대두된다. 대내적으로는 경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에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엔저에 힘입은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회복과 중국 기업의 기술경쟁력 상승이 악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경쟁력위원회가 발표하는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기술 융복합화와 신제품 사용 주기 단축, 소비자 욕구 다양화 등의 추세가 진행됨에 따라 더이상 대량생산 및 가격경쟁만으로는 시장의 우위를 지킬 수 없게 됐다. 18세기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던 제조업은 이제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독일· 미국 등 전통적 제조업 강국들은 산업혁명 시기의 제조업 부흥을 재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 움직이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메이킹 인 아메리카’, 중국의 ‘제조강국 2025’, 일본의 ‘산업재흥플랜’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도 산업혁명과 정보화혁명을 지나 스마트 혁명으로 가자는 이른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지난해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에 창조경제를 구현해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것이다. 즉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생산 현장의 생산성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창의적인 융합형 신제품을 조기에 사업화해 신산업 창출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장 내 제조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스스로 제어하게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불량률을 대폭 낮추는 ‘스마트 팩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말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부처 공동으로 ‘스마트 제조 연구개발(R&D)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및 융합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스마트 센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8가지 분야를 선정하고, 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비즈니스 발굴에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이다. 사업화 성과를 조기에 창출하기 위해 2017년까지 8대 핵심 기술 개발에만 민관 공동으로 1조원이 집중 투자되며, 로드맵 실무 작업을 진행할 추진위원회에는 산·학·연 전문가 70여명이 대거 참여한다.

과거 위나라와 오나라 사이에서 촉나라가 그러했듯 기술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끼인 ‘넛크래커’가 된 지금 한국의 제조업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신시장 선점을 위해 다시 한번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칠 때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면서 ICT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만큼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기에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 우리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산·학·연이 중지를 모아 열정을 재점화한다면 스마트 산업혁명의 선두 그룹에서 당당하게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5-05-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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