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엉뚱한 철부지와 화려한 아이돌 스타로 잘 알려졌던 황보라(26)와 슈퍼주니어의 김기범(23)은 영화 ‘주문진’(하명중 감독·1월21일 개봉)의 촬영을 마치고 한 단계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배우와 감독. 제작자로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는 하명중(63) 감독의 자상하면서도 혹독한 연기 지도는 이들의 정신적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는 감독님이 매 장면마다 ‘끌어올린 감정을 절제하라’고 호통치실 때면.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정말 힘들었어요. 평상시에는 손녀처럼 편하게 대해주시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너무 엄격해지셔서 어서 빨리 촬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곤 했어요.”(황보라)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며 항상 책을 읽고 시를 쓰는 캐릭터가 낯설어 감독님과 소통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연기의 기본기를 강조하는 감독님의 요구를 파악하게 되면서 촬영장이 즐거워졌죠.”(김기범)

이 영화에서 황보라와 김기범은 철없는 17세 소녀 ‘지니’와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고 외딴 펜션에 은둔하는 ‘고스트’로 각각 나와 동화처럼 신비로운 사랑을 펼친다. 모 라면 CF를 시작으로 영화 ‘좋지 아니한가’와 ‘라듸오 데이즈’를 통해 귀여운 ‘엽기녀’가 된 황보라에게 ‘지니’란 인물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전이었다. 톡톡 튀는 소녀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이제까지의 풀어졌던 캐릭터를 하나로 압축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출연했던 영화라고는 슈퍼주니어 동료들과 함께 노는 것마냥 즐겁게 작업했던 ‘꽃미남 연쇄테러사건’ 한 편이 유일한 김기범은 극중 캐릭터로 거듭나고자 촬영장에서는 일부러 말수를 줄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는 등 안간힘을 다했다.

황보라는 ‘주문진’의 기세를 이어 올 한해 변신을 꿈꾸고 있다. 타고난 동안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여성성이 짙게 배어나는 캐릭터로 승부를 걸고 싶어한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하는 농담처럼 들릴 지 모르겠으나. “작품만 좋다면 노출 연기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다. 김기범은 지난해처럼 올해도 슈퍼주니어 활동을 뒤로 미뤘다.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다시 출발하기 위한 목표에서다.

마지막으로 영화속 연인 관계가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둘 다 “에이. 그럴 가능성은 절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연기에만 일로매진하겠다는 새해초 굳은 다짐 때문일까? 서로에게 선후배가 아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아무래도 전자일 듯 싶다.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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